국회, '4차산업혁명시대 망 중립성 미래' 토론회 열어
찬성측, "투명성 원칙하에 차등적 관리 허용해야"
반대측, "현재도 유연관리 가능…비용 부담 증가"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바른미래당·비례대표) 의원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4차산업혁명시대 망 중립성의 미래'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모든 망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 폐지로 규제 정책을 전환하고 내년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로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새로운 기술이 가능해짐에 따라 변화된 규제환경에 맞춰 우리나라 망 중립성 정책의 바람직한 미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토론회에서 찬·반 양진영이 팽팽하게 맞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바른미래당·비례대표) 의원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4차산업혁명시대 망 중립성의 미래'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신/인터넷의 변화와 망 중립성'이라는 발제를 통해 "현재 인터넷 환경은 과거 인터넷이 태동하던 시기인 1990년대처럼 다양한 참여자들이동등하게 활동하던 분산된 구조가 아니다"며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등 대규모 플랫폼·콘텐츠 업체(CP)들은 대용량의 정보 트래픽을 발생시키며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지만 인터넷망에 떠안기는 부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망 사업자가 제로레이팅(Zero-Rating·망 사업자가 특정 서비스의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 또는 할인해 주는 제도)을 도입하는 것은 망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편익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며 "5G시대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통해 장기적으로 일반인 다수가 이용하는 최선형 네트워크(Best-Effort Network·데이터나 주체와 상관없이 선착순으로 처리하는 네트워크)의 품질이 일정 수준 이하로 저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 용량 이상을 차지하는 특정 CP는 별도의 관리형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망 관리를 효율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망 중립성의 적용-5G와 제로레이팅'이라는 발제를 통해 "망 사업자가 자사 계열사가 아닌 제3자와 협력해 제로레이팅을 하는 경우 소비자 후생의 증진과 통신비 인하의 효과가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3개 통신사가 망 시장을 과점한 상황에서는 SK텔레콤의 11번가나 KT의 지니처럼 망 시장의 우위를 바탕으로 다른 시장의 우위를 확보하는 '시장지배력의 전이'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5G시대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가격차별을 두면 망 사업자들이 CP들로부터 프리미엄 서비스 명목으로 더 많은 접속료를 징수하면서 기술 개발의 유인은 사라지고 결국은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망 사업자를 대표하는 류용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규제개선팀장은 "미국은 망 중립성을 폐지하고 유럽은 스페셜라이즈드 서비스(Specialized Service) 허용 등 유연한 규제를 통해 5G시대 네트워크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며 "망 중립성의 엄격한 유지보다는 투명성 원칙 아래 망 사업자가 차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콘텐츠 업체를 대변하는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우리나라 망 중립성은 법제화가 아닌 가이드라인 형태로 돼 있는데다 판례상으로도 통신사들이 '합리적인 관리'라는 명목으로 망 중립성 완화가 준법제적으로 보장되고 있다"며 "망 중립성을 완화하면 대형 CP들이 가격을 지불하고서 우수망 사용을 독점해 중소 CP들은 몰락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망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로 크게 갈린 망 중립성 찬·반 논쟁에서 정부는 신중한 접근을 보였다. 김정렬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글로벌 트렌드를 봤을 때 미국은 변화가 있지만 다른 나라는 변화가 크게 잘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는 망 사업자, 대형·중소형 CP, 시민사회 등 다양한 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정책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용현 의원은 "망 중립성은 강경하게 지켜야 할 원칙으로만 여기는 것도, 전면 폐지해 시장경제의 불확실성에 미래를 맡기는 것도 위험성이 있다"며 "성급히 망 중립성의 미래에 대한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기 전에 내실있는 논의를 통한 사회적인 합의점을 찾아 우리 상황에 맞게 신중하게 개혁해야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