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수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리스크 자문본부 애널리틱스(Analytics)팀 리더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How the Mighty Fall?)에 보면 기업이 몰락하는 5단계를 정의하여 설명하고 있다. 당시에는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던 기업이 무너지는 과정을 보면 단계별 특징이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제록스, HP, IBM, 디즈니, 보잉과 같은 기업은 몰락의 위기에서 벗어나 생존과 번영을 지속해 왔지만 위기를 겪은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업이 몰락하는 단계 중 가장 중요하게 눈 여겨 봐야 할 단계가 ‘위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부정하는 단계’ 라고 할 수 있다.

코닥의 사례는 많은 교훈을 준다.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를 모두 경험해 본 40·50대라면 필름에서 디지털 파일 형태로 완전히 다른 형태의 기술로 변화하는 거대한 수요와 시장의 변화를 몸소 체험해 보았을 것이다.

■디지털 혁명에 비지니스 환경 격변

그 당시 80·90년대 필름 카메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지금은 휴대폰에도 달려 있을 만큼 흔해진 디지털 카메라로의 변화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은 급격하게 진보했다. 화질 개선뿐만 아니라 위치정보와 각종 사진정보가 파일에 담기고, 편집 프로그램으로 개인이 직접 보정이 가능한 편리함 등으로 인해 이제 더 이상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과연 그렇게 되겠어? 라는 인식이 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막는 요인이다. 세상은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비즈니스 환경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급격한 변화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형 이벤트들이 일어나며, 그로 인한 리스크가 복합화, 지속화 되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끊임 없이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가정하여 대응 방법을 고민하고 프로세스에 녹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존 가정을 뒤집어 보는 정반합(正反合)을 통해 변화하는 세상에 대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1990년대까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백과사전이라 하면 도서관에 비치된 고급 양장 재질의 표지와 깨알 같이 수 많은 글자, 정독하기 두려워지게 만드는 두께 등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2001년 위키피디아가 오픈된 집단지성을 표방하면서 이제는 인터넷 접속만 하면 세상의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백과사전 역할을 하고 있다. 백과사전이라는 의미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지만 그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담기는 그릇이 완전히 바뀌었다.

■위기 인식하고 대응방안 모색해야

2000년대까지만 해도 호텔 숙박업은 큰 건물에 수백개의 객실을 갖추고 식음료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었다. 호텔 숙박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면서도 지역적 한계가 있는 산업이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를 보면 어떠한가? 실제로 에어비앤비는 객실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단지 숙박 시설을 제공하여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수 많은 전세계인들의 정보와 전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저렴하고 현지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탐색하는 여행자들의 정보를 매개해 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기업이 처한 위기 상황은 내부에 의한 것일 수도, 외부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외부에 의한 위기는 충격이 크고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근, 4차 산업혁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혁명을 보면 기업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방식을 급격하게 바꾸거나 재설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 도입을 통한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및 시스템 중심 관리 체계 수립이 1차 디지털 혁명이라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혁명은 이종 산업 간의 융복합,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전면적인 변화를 추구한다.

최근 폭발한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을 연상시키는 듯한 격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야 말로 생존과 번영의 길로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리스크 자문본부
애널리틱스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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