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형적인 토속이름같은 '김삼순'
새로 바꾸는 것보다는 처음 지을 때 심사숙고해 좋은 이름 지어야 한다

10여년전 모 방송국의 미니시리즈인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됐었다. 적극적이고 솔직하며 또 당당한 ‘삼순’이란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 모양이다.

‘김삼순’.... 전형적인 한국의 토속 이름 같다. 삼순의 할아버지가 아들이라고 붙여준 이름이란다. 그런데 본인은 그 이름이 싫다고 극중에서 ‘김희진’으로 개명(改名)을 해 법원으로부터 허가 통보를 받는다. 그런데 삼식이는 또 삼순이란 이름이 좋은 모양이다. 삼식이와 시청자의 동질감이 이 드라마의 장점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공된 문명(文明)이 아닌 자연(自然)으로의 회귀본능(回歸本能) 같은 것일까?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개명(改名)을 희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당당한 제2의 삼순이로 살고자 하는 의지(意志)의 표상이리라.

■가족 질서·번영 지닌 '이름 문화'

이름이 너무 고전적이거나(영자, 순자 등) 또 너무 여성적인 이유도 있고, 또 사회생활에 불편함이 있거나(주길년, 노숙자 등),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 그리고 성명학(姓名學)적으로 나쁜 이름으로 불려지기 때문에 개명(改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20~30년 전만 해도 호적법(戶籍法)이 엄격해 출생신고 당시 올린 이름을 함부로 바꾸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감히 생각지도 못했으며 법원도 ‘기존 이름을 바탕으로 이미 형성된 사회생활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국가가 성명관리를 하면서 함부로 개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개인의 행복추구(幸福追求)와 이름에 대한 선택의 기회가 다양해지면서 법원도 매우 관대해졌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대부분 개명을 허락하고 있다. 2004년의 경우 통계적으로 개명신청자의 약 90%정도가 승인됐다.

우리는 본래 이름에 대한 아름다운 문화(文化)를 가진 민족(民族)이다. 태어나면 부모로부터 명(名)을 받는다. 이 명(名)에는 가족간의 질서(秩序)와 번영(繁榮)이라는 깊은 의미를 지닌 항렬자(行列字)가 들어 있는 이름이다. 그래서 같은 항렬이면 모두 형과 아우다. 또 한 대(代)의 위이면 아저씨(아제)이고 아래이면 조카다.

이 항렬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오행(五行)이 서로 상생(相生)하는 관계로 이뤄진다. 그리고 나이가 15세쯤 되면 자(字)라는 새로운 이름을 또 받게 된다. 이 자(字)를 얻게 되면 비로소 성인(成人)이 됐음을 인정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관직에 나아가거나 여러 가지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호(號)를 가지게도 되고 또 죽어서는 시호(諡號)를 받기도 하며, 부인의 경우 친정댁의 지명을 따서 택호(宅號)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집의 이름인 당호(堂號)도 있고 법명(法名), 필명(筆名), 별명(別名), 아호(雅號) 등 여러 이름이 있다.

연예인이 예명(藝名)을 사용하거나, 한때 유행했던 순수 한글이름을 한자(漢字)이름으로 바꾸기도 하며 국제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외국인이 한국인으로 국적을 바꿔 귀화(歸化)하는 경우도 있다.

■유행보다는 명예에 초점둬야

이름이 놀림감이 되거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같은 이름이 많을 경우 그리고 개인적인 판단이라 할지라도 본인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또 여러 가지 의미(意味)로 인해 더 나은 이름을 원할 경우 사회(社會)나 국가(國家)는 이를 과감하게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이름이 개인의 운(運)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개인이 원한다면 국가는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 바꾸는 것보다는 처음 지을 때 심사숙고해 좋은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귀여운 아들딸이라 너무 예쁘게만 짓는다든지 아니면 급하게 짓는 바람에 부모의 깊은 사랑과 정(情)이 깃들지 않는다면 자녀가 자라 성인이 돼 이름을 바꿔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너무 성급하게, 또 개인의 기복(祈福)만을 바라지 말고... 이웃을 사랑하고 이름을 준 부모(父母)를 공경(恭敬)하며 또 성씨(姓氏)를 물려준 조상(祖上)께 감사하는 그런 이름! 죽어서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명예로운 이름을 남기는 그런 이름의 문화(文化)가 간절해지는 오늘의 현실이다. <㈜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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