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軍)이 진정 '국민의 군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군은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명 수행이 본분이다. 그런데 작금 군의 존재에 대해 근본적 회의어린 물음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이른바 '박근혜 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 논란이다. 질문의 핵심은 이렇다. 도대체 아직도 일부 정치군인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40여 년 전으로 되돌리려고 감히 검은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느냐 하는 놀라움, 그리고 사실로 굳어져가는 정황과 물증들이 나오고 있는 대 대한 분노다.

진정 국민의 군대인가. 두 번씩이나 쿠데타로 국민의 선택을 엎어버리고 정통성 없는 권력을 무력으로 유지했지만, 끝내 민초들의 단죄를 받았던 일부 정치군인들의 말로였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있기에 국민이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택한 대통령을 국군통수권자로 받아들이기 껄끄러운 DNA를 여태 지니고 있는가보다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게 하는 일이 이번 '계엄령 문건'이라고 하겠다.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 충격

2017년 3월 박근혜 정부 당시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 세부자료는 단계별 대응계획, 위수령,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가지 큰 제목 아래 21개 항목 67페이지로 구성돼 있다. 언론사별 계엄사 요원 파견, 계엄령 해제를 못하도록 국회의원 무더기 체포를 비롯한 국회 대책 등도 담겨 있다.

이러니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두고 "정권 탈취를 위해 군대를 불법 동원했던 12·12 쿠데타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2017년 12·12 버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충격 그 자체다. 더욱이 현역 국회의원을 진보와 보수로 나누고 국회 계엄해제권을 무력화하는 초헌법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은 헌정 유린과 국기 문란이기에 진상 규명 후 엄중 처벌해야 한다.

세계는 자유·민주·평화라는 개방화 사회에서 인권을 옹호하는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그런데 이번 문건대로라면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 인용 여부에 따른 찬반 집회'를 놓고 전차와 장갑차·중화기로 무장한 일부 군인들이 이 땅의 민주주의를 말살, 군사통치 시대로 되돌아가겠다는 흑심(黑心)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비상사태에 대한 통상적 대비를 넘어 기무사가 5·16, 12·12, 5·18 같은 민족사적 아픈 역사를 연상시키는 쿠데타 음모를 추진한 기무사의 행태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더욱이 일부에선 본말을 전도하는 교활함마저 보이고 있다. 예컨대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 사이의 진실게임인 것처럼 전개하면서 심지어 국방부 장관의 개혁 의지를 좌초시키기 위해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는 그런 양상까지 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군인 솎아내는 기회 삼길

본질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의 작성경위와 정권 탈취 의도가 짙은데도 불구하고 송 장관과 기무사의 사후보고를 놓고 공방을 부각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짙은 의구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당시에도 청와대 문서 유출 사건으로 본질을 흐리면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엄단할 기회를 놓친 바 있다. 합동수사단이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정보(情報)는 '힘'의 원천이다. '손자병법'은 '아군과 적군의 상황을 살펴 적을 제압해야 한다.(察情制敵)'며 "빛나는 성공을 이루는 것은 먼저 적정을 알기 때문이다. 먼저 적정을 안다는 것은 귀신에게 의지해 알 수 있는 게 아니며, 오직 적의 동태를 알고 있는 자에게서 얻어야 하는 것이다.(成功出於衆者 先知也. 先知者 不可取於鬼神, 必取於人知敵之情者也)"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아군의 비밀을 지키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군이 '자국 정권 탈취'에 욕심을 낸다면 자중지란으로 백전백패 할 수밖에 없다. 특별수사단은 문건이 누구 지시에 의해 작성됐는지, 누구에게까지 보고됐는지 등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문건 내용의 진상규명과 군 내부문건이 무분별하게 유출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규명해야 할 것이다. 엄정하게 수사 후 결과가 나오면 책임자 처벌과 기무사를 환골탈태 시켜야 한다. 아니, 국민 기대와는 다른 길을 걷는 극소수 정치군인들을 솎아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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