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설거지는 누가 하나" 카페에서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 1회용 컵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라는 표시를 확인하고 가장 먼저 들었던 걱정은 다름 아닌 설거지였다. 특히 손님들의 방문이 잦고 머무는 시간이 긴 여름철, 머그잔이나 유리잔에 커피를 제공해야하는 매장 입장에선 설거지가 떠오르는 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 그래도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아르바이트 고용이 축소된 상황에서 근로자에겐 번거로운 일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무겁고 깨지는 것은 두세 번째로 둬야할 문제가 됐다.

환경부는 지난 5월, 커피전문점 등과 1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고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후 이달 2일부터 자원재활용법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한 해 소비되는 1회용 컵은 약 260억개, 빨대는 26억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정부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정부는 대중보다 앞선 출발선에서 혼자만의 달리기를 시작했다. 커피전문점 매장 자체는 물론 소비자에게 자원재활용법이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는 지적이 그 뒤를 쫓았다.

가이드라인엔 손님이 테이크아웃을 하려다가 마음이 바뀌어 카페 안에 머무는 경우 등에 대한 사항은 나와 있지 않다. 점검 원칙에는 '적정량의 다회용 컵 비치 여부 확인'이라고 적혀있다. 적정량의 머그컵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일까? 구체적인 수치가 나와 있지 않아 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도 과태료는 카페가 내야 한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은 이처럼 허술하게 만들어놨지만, 과태료 부과 기준을 정할 때는 꼼꼼했다. 매장 크기와 위반 횟수에 따라 5만원부터 최대 200만원까지 아주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환경부는 현장점검 후 카페의 민원이 높아지자 과태료 부과 부분을 잠시 보류했다. 하지만 보류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조속한 시일 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만 알려 종사자들과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중독은 매우 심각하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커피전문점을 비롯한 프랜차이즈에서 주로 발생된다는 점도 인정한다. 이에 정부의 드라이브가 이해되면서도 가이드라인을 세울 때 상황과 수치 등이 명확하지 않은 점, 현장조사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속활동을 벌인 점은 과속이라고 본다.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머그잔·텀블러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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