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기댈 곳 없는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경제 곳곳에서 악재가 쏟아지고 있고, 일부 연구기관들은 대한민국 경제가 이미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은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9%로 낮췄다. 내년에는 2.8%로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여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고 신호는 더 강해지고 있다. OECD가 밝힌 올해 6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전월보다 0.3포인트 내려간 99.2를 기록했다. 통상 100을 기준점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 이하면 경기 하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상승 흐름인지 하강 흐름인지가 중요하다. 100 아래라도 상승 흐름이라면 향후 경기가 회복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쓰이기에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은행·통계청의 제조업 재고순환지표, 장단기 금리 차, 수출입물가비율, 제조업 경기전망지수, 자본재 재고지수, 코스피 등 6개 지수를 활용해 OECD가 이 지수를 산출하기에 높은 신뢰도를 보인다.

이 같은 위기의 주인은 국가경제의 축인 수출이 부진한 데서 먼저 찾을 수 있다. 지난달 1∼10일 수출액은 조업일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작년 같은 달보다 1.9% 줄었다. 세계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수출은 더욱 흔들릴 공산이 크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을 유의해야겠다. 미국은 지난달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다음 달 초 관련 검토가 끝나면 미국은 2천억 달러어치 수입품 중 적어도 일부를 대상으로 관세를 매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품목이 중국의 전자기기·장비에 집중되면 한국 경제도 간접 경로를 통해 타격받을 수 있다. 올 상반기 동안 한국 수출 가운데 중국과 미국으로 간 물량이 각각 27%와 11%에 이른다. 한국의 대중 수출 중 중간재는 80%에 가깝다.

국내외 경기 불황이 초래하는 일자리 쇼크 장기화는 내수 추가 위축으로 직결되고 있다. 당장 올해 상반기 취업자 증가폭은 14만2천명에 그쳤다. 지난해 증가폭 31만6천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하반기(-2만7천명)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장기화에 따른 제조업 부진이 일자리를 줄이고 있어서다.

제조업 취업자 수 급감이 뒷받침하듯 곳곳에 도사린 대내외 불확실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경제성장률 달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천500조원에 가까운 가계부채 상환부담 등으로 인한 실질 구매력 둔화로 소비 회복이 지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추가금리 인상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리스크로 연결되며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활로를 여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자주 만나 해결책을 함께 찾아야 한다. 기업인의 의지를 살려주는 주는 정책 시행이 긴요하다. 그래야 기업 자발적으로 투자와 고용계획 제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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