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인도 노이다 삼성 휴대전화 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남을 갖은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아 우리나라 대표 재벌 대기업인 삼성에 투자 증대를 요청하자 진보 지지층에서는 '공정경제'를 모토로 삼고 집권한 현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약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지지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지난 7일에는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위해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이 일정 지분 이상의 은행자본을 소유할 수 없게 함으로써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시장 잠식을 막는 규제) 완화를 천명하자 진보 지지층의 실망감은 급속도로 고조됐다. 현 여당이 야당 시절에 강력 반대해 이전 보수정부에서도 하지 못한 일을 집권당이 돼서 추진하는 것은 지지층에 대한 배신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환영의 뜻을 밝혀 진보지지층의 반대와 보수세력의 환호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판(再版)'이라는 말도 나왔다.
'왕척직심'(枉尺直尋·한자(尺)를 구부려 여덟자(尋)를 편다)이라는 말이 있다. '적은 희생을 치러 큰 이득을 얻는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지율 회복을 위해 '경제 올인'에 나서며 꺼내 든 인터넷 전문은행 은산 분리 완화 카드가 기대대로 금융혁신을 이끌어내며 경제성장의 촉진제가 되어 왕척직심이 될 것인지 거꾸로 기존 대기업 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는 창구로 활용돼 산업과 금융의 동반 부실을 불러오는 '왕심직척(枉尋直尺)'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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