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취임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60% 밑으로 내려앉았다. 역대 대통령에 비해서는 지금도 매우 높은 수치이지만 지난 1월 가상통화 거래 규제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으로 주요 지지기반인 2030세대의 반발을 사면서 일시적으로 하락한 뒤 남북정상회담 이슈로 곧바로 반등했던 지지율이 몇 개월째 하락세를 보이니 집권층으로선 마음이 영 편치 않다.

지지율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중도·보수층에서는 연이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개최로 조속히 이뤄질 것으로 여겨졌던 북한 비핵화가 기대에 못 미치며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제 성적마저 시원치 않은 점을 꼽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인도 노이다 삼성 휴대전화 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남을 갖은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아 우리나라 대표 재벌 대기업인 삼성에 투자 증대를 요청하자 진보 지지층에서는 '공정경제'를 모토로 삼고 집권한 현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약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지지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지난 7일에는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위해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이 일정 지분 이상의 은행자본을 소유할 수 없게 함으로써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시장 잠식을 막는 규제) 완화를 천명하자 진보 지지층의 실망감은 급속도로 고조됐다. 현 여당이 야당 시절에 강력 반대해 이전 보수정부에서도 하지 못한 일을 집권당이 돼서 추진하는 것은 지지층에 대한 배신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환영의 뜻을 밝혀 진보지지층의 반대와 보수세력의 환호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판(再版)'이라는 말도 나왔다.

'왕척직심'(枉尺直尋·한자(尺)를 구부려 여덟자(尋)를 편다)이라는 말이 있다. '적은 희생을 치러 큰 이득을 얻는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지율 회복을 위해 '경제 올인'에 나서며 꺼내 든 인터넷 전문은행 은산 분리 완화 카드가 기대대로 금융혁신을 이끌어내며 경제성장의 촉진제가 되어 왕척직심이 될 것인지 거꾸로 기존 대기업 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는 창구로 활용돼 산업과 금융의 동반 부실을 불러오는 '왕심직척(枉尋直尺)'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