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노조, 이른바 '귀족노조'들의 행태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산업현장 곳곳에서 '고용세습' 문제를 놓고 노사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세습은 정년 퇴직자나 산업 재해를 당한 노조원들의 자녀를 우선 특별 채용하는 것으로, 현대자동차 등 29개 기업에서 단체협약에 반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균등한 채용기회를 보장하는 고용정책기본법을 위반하는 행태로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다. 청년들이 회사를 목표로 열심히 맞춤형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데 고용세습은 기회를 박탈하는 범죄와 다를 바 없다. 이미 정해진 대로 뽑게 되면 여태까지 수고한 시간과 노력이 모두 허상이 되기에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고 사회불안정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조 조합원들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고용세습은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라는 비판까지 받을 정도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더욱이 청년 실업률이 20%를 웃돌 만큼 심각한 상황에서 불공정하고 비윤리적인 악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오죽하면 친노동 행보를 이어온 것으로 평가받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마저 고용세습을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로 지목했겠는가.

김 장관은 대기업 노조를 정조준,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것은 사라져야 할 기득권이라고 분명히 지적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정부가 시정명령 등으로 개입하기보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당 조항을 없애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노사 자율 개선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난제다. 정부가 적극 개입해 시정토록 해야 한다. 정년퇴직자, 장기근속자 자녀 등을 우선·특별 채용하거나 입사 때 가산점을 주는 고용세습은 불법임을 주지시키고 폐기토록 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방조한다면 노동 개혁 실종과 사회갈등만 키우는 우를 범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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