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 지형에 묘한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유엔과 미국 등의 대북제재가 여전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남북한 경제협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국제사회가 이해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낳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사실 긍정적 조치들이 가시화되고 있는 게 잘 보여주고 있다. 4·27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남북 상설협의기구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이르면 이번 주 개소한다. 정부는 개성공단 안에 설립될 연락사무소의 올해 운영경비 34억7천300만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한다. 연락사무소는 산림협력, 신경제구상, 철도·도로 조사 등 남북공동연구 조사 사업을 위한 남북 관계자간 연락·협의를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오늘 8월 20부터 26일까지는 금강산 면회소에서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열린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중단된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재개된 건 만시지탄이지만 긍정 평가된다. 관건은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에 따라 이 같은 '우호적 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다. 하지만 북한 정권 지도부는 비핵화 실천에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에 핵프로그램 전체 리스트와 시간표 제시를 요구했으나, 북한 측은 이에 즉답하지 않고 체제보장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맞섰던 것은 단적 사례다.

이러한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9월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2005년 방북 이후 13년 만이다.

관심사는 시 주석의 방북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비핵화 협상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북한으로서는 시 주석이 방북할 경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최대의 우군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에 이어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에 연달아 나서며 비핵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북한이 막상 협상 시작 후 미국에 강경히 맞설 수 있던 가장 큰 배경은 바로 중국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강경한 태도로 비핵화 협상에 애를 먹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북으로 북한의 태도가 고착화되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이 더욱 곤란해질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비핵화 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중국 배후론' 발언을 수차례 하며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모습을 보여 온 게 이 같은 이유에서다.

중국의 대승적 자세가 긴요하다. 중국의 실질적 동참이 전제돼야 대북제재의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북한은 정권의 생존과 직결되는 원유(原油)의 90% 이상, 식량도 거의 중국에 의존한다. 세계 주요2개국(G2)로 성장한 중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지도국에 걸맞게, 시주석은 ‘방북 기간’ 북이 비핵화를 실천하고 개혁 개방에 나서도록 설득하길 기대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안정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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