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산업팀 구성헌 기자

연말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바빠진 건설업계가 또 다시 저가 수주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달 말 진행된 4대강 살리기 최저가 공사 입찰의 경우만 해도 5개 공구 가운데 무려 3개 공구에서 저가투찰이 빚어졌다.

특히 낙동강살리기 5공구는 예정가 대비 60.53%에 낙찰됐는데 이는 아무리 최저가라 하더라도 보통 70%대에 낙찰되던 것과 비교해도 10%포인트 이상 낮은 가격이다.

4대강 2차턴키 물량도 중견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벌써부터 가격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다. 신울진 원전 1·2호기 입찰만 해도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인해 4파전임에도 불구, 몇 달째 낙찰자를 선정하지 못하고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가격경쟁이 벌어지는 데는 연초에 세운 수주고를 달성하기 위해 업체마다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몇년 사이 건설사들이 오너체제가 아닌 CEO체제로 변하면서 더욱 심해진 것이 사실이다.

CEO체제 도입으로 인해 과거보다 기업경영도 투명해지고 전문화돼 업계가 건전하게 발전해왔다. 하지만 실적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일을 추진할 수 있었던 오너체제에 비해, 실적이 모자랄 경우 언제든지 ‘목이 날아갈 수 있는’ CEO체제로 인해 저가 가격경쟁이라는 부작용이 불거진 것도 사실이다.

속된 말로 'CEO야 떠나면 그만'이지만 향후 시공에 있어 무리가 있음에도 저가로 수주한 사업물량은 두고두고 회사의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결국 이는 건설업계 전반의 부실과 불신을 키울수도 있는 문제다.

저가 투찰의 문제의 원인으로는 불합리한 시평액 기준도 한몫을 한다.

시평액의 불합리성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고 있음에도 불구, 객관성·시의성도 없는 시평액 기준으로 입찰 참여 여부를 가늠하는 일이 반복되니 저가투찰은 사라질 턱이 없다. 계속해서 시평액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저가 수주를 해야 하는 것이 건설업체들의 현실임을 볼 때, 저가투찰의 책임을 건설사로만 돌리기는 힘들다.

그렇다해도 저가로 수주할 경우 부실시공을 피할 수 없는 만큼 건설사들도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가족과 자손들이 사용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의식을 가지고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정책 당국도 당장 예산 몇푼을 아끼기 위해 최저가 제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문제다. 언제까지 업계의 목소리를 ‘소 귀에 경 읽기’ 로 치부할 것인가. 이래저래 마음만 바쁜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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