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산업팀 이상우 기자

“UAE가 한국의 알맹이만 빼먹고 결국 프랑스가 수주할 가능성 높다.”

UAE 원전 사업과 관련, 한 건설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말대로라면 한국이 UAE에 제출한 입찰내역서 중 필요한 부분만 UAE가 취하고 정작 수주는 프랑스가 가져가는 동안 한국은 겻불만 쐬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용의 사실여부에 따라 큰 파장이 일어날 정보지만 현재로선 이를 확인할 어떤 통로도 없다.

이처럼 아랍에미리트(UAE, 이하 UAE)의 원전 사업 수주 결과를 놓고 갖가지 추측과 소문이 난무하고 있지만 한국전력(KEPCO, 이하 한전)은 UAE 원전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입을 닫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정보 제공 통로가 완전히 막혀 있는 것에 의문을 표하자, UAE와 맺은 ‘비밀준수협약’ 때문에 어떤 사실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정보들만 업계에 흘러 다니고 있다. 이러니 주워들은 정보들도 가치 없는 ‘풍문(風聞)’일 수밖에 없다.

한전은 강남 본사 지하에 태스크포스 팀(T/F)을 꾸려 전시상황실을 방불케 하는 수주전(受注戰)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어떤 정보 공유 통로도 열고 놓고 있지 않고 있어 그 어떤 정보도 밖으로 흘러나 나오고 있지 않다.

하지만 UAE원전 관련 정보들은 이미 관련 컨소시엄 참여사 관계자들 입에서 속속 흘러나오고 있다. 정보의 사실 확인에 따라 수주 전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언론 입장에서만큼은 쉽게 간과할 수도 없다.

국내 언론은 손발이 꽁꽁 묶여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프랑스를 비롯한 외국 통신사들은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비밀준수협약’을 한국만 맺은 것이 아닐진대 쉬쉬하는 모습이 국내에서만 유독 심하다.

상황이 이러니 국내 언론들은 외국 통신사의 내용을 빌려 다시 관련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UAE측 관계자의 말을 빌려 외국 통신사가 기사를 쓰고, 그 기사를 다시 한국 언론이 받아쓰는 동안 ‘누가 누구의 말을 빌려 쓰고, 또 그 말을 빌려 쓰는’ 기사만이 간간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기사는 이미 여러 언어와 과정을 거쳐 몇 번을 빌려 쓰는 동안 그 신뢰도에 있어서는 사실상 풍문과 다를 바 없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전 관계자나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관계자들은 “남들이 규칙을 어긴다고 저희도 어길 수는 없잖아요”라는 착한 대답이다.

규칙을 지키는 것은 좋지만 자칫 한전이 척후병(斥候兵)도 없이 수주 전쟁을 치르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지난 5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UAE와 원자력협력협정을 승인해 GE히타치의 원전 수주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고,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같은 시기 UAE를 방문해 프랑스 아레바(AREVA) 컨소시엄의 원전 지원을 요청을 하며 선물을 뿌렸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이미 UAE원전 수주전은 외교전 양상을 보이면서 대통령까지 나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한전이 정보를 통제하며 규칙을 따지는 동안 어느새 '국제적인 이종격투기 시합장'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도 한발 늦게 한승수 총리가 지난 6월 UAE를 방문해 UAE 정부와 원자력 협력협정을 체결하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원사격을 나섰지만 경쟁국에 비해 힘이 딸리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한전은 본사건물 지하에서 과연 어떻게 수주전을 치르고 있을까.

수주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만약 수주에 실패할 경우 과연 어떤 전략이 성패를 갈랐는지 한전이 공개할리 만무해 보인다.  그동안의 노력과 향후 영향력을 생각할 때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UAE 원전의 수주전략이다.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00기 이상, 적어도 700조원 이상 규모의 원전 신규 건설이 진행될 전망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번 원전 수주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형 원전의 첫 수출이 향후 수주의 물꼬를 틀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번 UAE수주전이 더이상 '지하벙커'에서 이뤄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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