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대 명예교수·시인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덕이 모자라는지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맹자의 사단(四端) 가운데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첫째가는 덕목이다. 거기에서 어짐(仁)과 박애(博愛)가 나오고, 자비(慈悲)와 긍휼(矜恤)이 나온다. 예수 공자 석가가 여기에 해당되고, ‘동의보감’을 쓴 허준도 여기에 해단된다.

수오지심(羞惡之心)은 그 다음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여기에 해당된다. 예(禮)로 나타난 사양지심(辭讓之心) 공경지심(恭敬之心)은 그 다음이며, 지(智)로 나타난 시비지심(是非之心)은 마지막에 해당된다. 인의예지(仁義禮智) 사단(四端)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해당되는 시비지심도 필요하겠지만, 지나치면 덕을 잃게 된다.

특히 문화 예술에 있어서 측은지심보다 시비지심이 앞서게 되면 치루 심한 환자처럼 가는 곳마다 악취를 풍기게 된다. 측은지심은 너그럽게 용서할 줄 알지만, 시비지심은 아름다운 ‘선녀와 나무꾼’ 설화도 성폭행범 이야기로 둔갑시켜서 혐오감을 일으키게 한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에서 나무꾼은 성폭행범이자 여성납치범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폭햄범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상대방을 저항할 수 없게 만든 뒤 강제로 간음을 해야 인정된다. 그러나 나무꾼은 선녀를 강제로 강간하지 않았다. 선녀와 나무꾼은 서로 사랑해 두 아이까지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아름다운 설화문학을 아름답게 보지 않고 시비지심의 안목으로 보는 데서 오는 오류가 이 사회에서는 부지기수로 나타나고 또 안방을 차지하려고 한다. 그 뿐인가. 마르크스 시대에는 노동자가 을(乙)이었지만, 오늘날 대기업 귀족노조는 갑(甲)으로 변했다. 그 귀족노조의 과욕에는 침묵하면서 왜 자본가 갑질범에게만 분노하는가.

■ 김정은 칭송 수필이 당선되는 세상

물 컵을 던지고 괴성을 지른 대한항공 작은 딸에게 경찰은 ‘특수폭행’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작은 딸의 행위로 물 컵을 맞은 사람이 없다. 구속영장이 기각될 수밖에 없다.

나비효과라고,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키듯이, 물 컵을 던진 작은 딸로 인해 그녀의 아버지, 어머니, 언니, 남동생 등 일가족 전원에 대한 일제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 검찰, 출입국 당국, 관세청, 교육부, 공정위, 국토부, 복지부 등이 벌떼처럼 나타나서 압수수색을 11차례 하고, 구속영장을 4차례 청구했다. 사안이 수사나 조사권을 가진 정부 기관이 총동원할 일인가. 잘못은 잘못이지만 물 컵을 던진 게 그렇게까지 소동을 벌일 만큼 큰 문제인가.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당연한 일이다. 가진 자의 갑질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업고 과도하게 행사되는 공권력은 정상적인 법이 아니라 인민재판 같은 폭력이다. 갑질 폭력을 정부 폭력이 때려주고 노동자 민중의 박수를 받는 게 불안한 현실이다.

세상이 미쳐 가는지, 여기저기서 미친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제정신이 아니다. 국내 일부 친북성향 민간단체(평화이음 등 4개단체)에서는 지난 7월 7일 서울시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공동주최한 4·27남북정상회담기념 감상작 공모전 ‘우리는 통일 일세대’ 시상식 및 발표회를 가졌다.

■ 갑질에 과도한 공권력도 ‘비정상’

2명의 중학생이 만든 영상부문 우수상 수상작은 ‘통일을 하게 되면’ 제목 아래 통일의 장점을 열거하면서 미사일 그림과 함께 ‘핵 보유 국가’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으면 통일한국이 핵보유국이 될 수 있어서 좋다는 뜻이다.

중학생의 철없는 주장을 수상작으로 뽑아 단체홈페이지에 올려놓는 것을 보면, 후손들이 장차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갈지 걱정이 앞선다. 북한 핵을 없애기 위해 전 세계가 골치를 앓는 때에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다니. 수필부문 20대 천년의 우수상 수상작은 “김정은 위원장이 ‘하나의 핏줄, 하나의 언어, 하나의 역사, 하나의 문화를 가진 북과 남은 원래대로 하나가 되어’라고 하신 말씀은 제가 생각했던 통일의 모습이다”고 칭송했다.

이런 공모작을 표창한 평화이음은 2016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황선 씨가 남북교류위원장을 맡고 있는 단체다. 박원순 시장은 영상으로 대신한 시상식 축사에서 “평화이음에서 뜻깊은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특히 우리 서울시청에서 시상식과 발표회를 진행하게 돼 대단히 기쁘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 가재는 게 편이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한복판에서 버젓이 이적행위를 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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