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 박항서와 함께 신기록 대행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네팔과 베트남 경기 중 베트남 응우옌안둑이 골을 성공시키자 박항서 감독이 엄치를 치켜세우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홍정민 기자] 항서 매직이 또 통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대표팀이 바레인을 꺾고 사상 첫 아시안게임 8강에 진출하며 베트남 축구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 23일 열린 16강에서 바레인을 1:0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베트남은 파키스탄, 네팔, 일본을 연파해 D조에서 3전 전승해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지난 2010년과 2014년 기록한 16강을 넘어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을 냈다. 

게다가 베트남은 한국과 8강에서 만날 우즈베키스탄과 더불어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무실점 수비로 주목받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박항서 감독이 있다. 

 

2001년 당시 박항서와 히딩크. 사진=연합뉴스


■ 준수한 지도자였으나…조국은 외면
박항서 감독은 잘 알려진 선수는 아니었다. 약 7년 짧은 기간의 선수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의 조력자이자 당시 월드컵대표팀 수석코치였던 박항서 감독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첫 포문을 연 황선홍 선수가 골을 넣고 달려가서 그에게 안기던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됐다. 

하지만 그 후 한국에서 박항서 감독을 빛을 발하지 못했다. 2002년 월드컵 직후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됐으나 두 달만에 경질됐다. 일각에서는 그 이유로 비주류 대학 출신인 박 감독이 축구협회와 마찰을 겪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2018 AFC U-23 선수권 대회 준우승을 거둔 뒤 베트남 국민의 대대적인 환영 속에 귀국하는 박항서 감독의 모습. 사진=연합뉴스/하노이 VINA


■ '박항서' 품고 날아오른 베트남
오랜 기간 국내에서 시련을 견뎌왔던 박항서는 지난해 10월 외국인 감독의 무덤으로 불리던 베트남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베트남 축구계를 비롯한 여론은 유럽의 저명한 축구 감독도 있는데 하필 한국 감독이냐는 불만이 많았다. 그동안 베트남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예선 문턱을 넘지 못한 최약체 국가로 불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항서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모든 기록을 경신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국제대회에서 베트남은 숙명의 라이벌 태국을 대상으로 10년만에 이겼으며 지난 1월 2018 AFC U-23 선수권 대회 예선전에서 막강한 전력을 지닌 호주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마침내 준우승까지 차지해 '박항서 매직' 열풍을 일으켰다. 

이 열풍은 지금 열리고 있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이어지고 있다. 조별리그 통과를 목표로 했던 박항서 감독은 조별리그 3전 전승, 8강 진출, 전 경기 무실점 수비라는 기록을 세우는 등 ‘항서 매직’은 현재진행형이다. 

 

사상 첫 AG 8강행에 열광하는 베트남 축구팬들. 사진=연합뉴스/자카르타 EPA


■ "박항서 감독님, 귀화해주세요"
박항서 매직으로 현지 분위기는 우리나라 2002년 월드컵 당시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베트남 언론은 아시안 게임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보도하면서 베트남 국민들은 SNS로 박항서 감독에게 베트남으로 귀화해 달라는 글을 남겼다. 축구대표팀 선전에 베트남 국영방송 VTV와 VOV는 16강전을 앞두고 아시안게임 중계권 계약을 뒤늦게 체결하기도 했다. 

오는 27일 베트남이 8강 시리아전에서 승리해 4강에 오르고, 한국이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이기게 되면 베트남과 한국의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박항서 감독이 대한민국을 상대하는 '항서 더비'가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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