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부동산팀 장진구 기자

기업의 목적은 단순하다. 요즘 들어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사회 고위층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지만 기업의 운영목적을 간추리면 결국 이윤추구로 집약된다.

때문에 기업은 10원을 투자해 11원의 이익을 취할 수 있다면 투자한다. 설사 당장의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향후 거둬들일 이익이 크다면 과감히 투자에 나선다.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 게 기업의 생리다.

요즘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 투자한 건설사들은 죽을 맛이다. 물건을 팔아 이문을 남기기는커녕 투자한 금액의 본전도 날려버릴 위기에 놓였다.

현재 세종시 행정중심타운 배후 거주지역인 시범단지를 분양받은 대부분 건설사들은 중도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중도금 미납으로 계약을 해지 당했다.

실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11월 옛 한국토지공사는 시범주거단지 109만3000㎡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12개사와 9341억원에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나머지 2008년 5월 1차 중도금만 낸 뒤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내야할 2, 3차 중도금을 내지 않고 연체 중이다.

건설사들은 당초 올해 5월 시범단지에 1차로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세종시 사업이 표류하면서 올해 말까지 분양을 포기한 채 사태추이만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상품(아파트)이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세종시가 당초 예상했던 인구 50만명이 거주하는 자족도시는 고사하고 5만명도 없어 불 꺼진 유령도시가 될 것이란 우려는 진작부터 제기됐기 때문. 정부부처가 인위적으로 이전하더라도 자족도시의 핵심인 기업이나 공장이 이전하지 않는 탓에 그곳에 누가 살겠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눈치만 보던 건설사들도 슬슬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양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한 법적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의사를 분명히 해 세종시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라던지 대학이나 연구기관 클러스터로 조성하거나 용지를 싸게 공급해 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등의 대안마련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론이 본격 논의되는 지금이 더욱 중요하다. 무조건적인 밀어붙이기식 사업 추진으로 일만 벌려놓은 채 책임은 건설사에 떠넘기기보다 투자매력이 물씬 풍기는 근사한 대안을 제시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당근'을 내놔야 반발하는 업체들을 다독일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속내는 복잡하겠지만 지금은 소모적인 정쟁이나 소지역 이기주의를 벗어나 세종시에 알맞은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그래야 정부와 지역민, 건설사들이 상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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