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인공지능(AI)이란 무엇일까. 구글의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국내외 천재 바둑기사들을 상대로 승리하며 존재감을 알린지 벌써 3년. 우리는 현재 'AI 탑재'라는 간판을 내건 다양한 서비스들과 마주하고 있다.

'알파고 급'으로 기대치가 높아진 탓일까. 인터넷 검색으로도 알아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정해진 질문과 답변밖에 할 줄 모르는 챗봇(Chat-bot) 앞에 'AI'라는 말이 거창하게 느껴진다.

먹거리와 입을 거리, 사용할 거리를 제공하며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산업인 유통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을 때 성별과 나이, 직업에 관계없이 대중의 피부에 빨리 와 닿을 수 있는 업종이다.

유통업계가 AI를 가장 빨리 시도하는 분야는 바로 챗봇이다. 온라인 회원과 오프라인 고객의 구매기록으로 쌓은 빅데이터로 머신러닝해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고, 해당업체의 혜택이나 할인정보를 바로바로 알려준다는 점이 AI 챗봇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해당 모바일 사이트나 카카오톡 등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대화가 이뤄진다. 음성과 이미지로도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본 챗봇은 두 마디 이상 대화가 어려웠다. 한 유명 쇼핑몰 챗봇에게 "시어머니 선물 추천해줘"라고 입력하자 화장품과 스카프를 추천해준다. 이어 "20만원 이하로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니, "죄송해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쉬웠다. 쇼핑몰 내 '상세검색'보다 못한 서비스다. 화장품과 스카프라는 진부한 품목을 추천해주고는 가격대조차 맞춰줄 수 없는 서비스가 어딜 봐서 AI라는 것일까. 금액 뿐 아니라 색상, 사이즈 등에서도 원활한 소통이 어려웠다.

업계 관계자는 AI 챗봇이 정해진 질문과 답변만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를 '대화형'으로 얻는다는 것 외엔 특징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머신러닝 하는 진짜 AI는 각 기업에서 개발 중에 있으며, 현재 고객들이 사용하고 있는 챗봇은 텍스트와 음성 등 대화형 시스템 훈련을 위한 서비스 정도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챗봇이 AI라는 단어를 빌린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챗봇은 빅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많이 활용되는데, 이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챗봇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야 한다. 그러나 상담원이나 직접 검색보다 못한 서비스에 빅데이터를 축적할 만큼 고객이 늘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이 전 세계 유통 혁신을 주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한국의 챗봇은 아쉬움이 따른다. 이젠 보급형이 아닌 진짜 쇼핑을 위해 고도화 된 AI로 진화해야할 때다. 'AI 챗봇을 구축했다'는 사실에 안주하지 않고 인력과 투자를 늘려 4차산업혁명에 걸 맞는 유통 서비스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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