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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학 박사가 보내는 소비 에세이] 다시 ‘무소유’를 생각하며
  • 일간투데이
  • 승인 2018.09.05 16:17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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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주 소비자학 박사
아주 오랜 전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문고판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책 제목부터가 참으로 멋진 느낌이다.

소유하는 것에 무한 경쟁을 하는 세상에서 ‘무소유’라니 참으로 그 발상자체가 신선하고 새롭게 느껴졌다.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 또한 나와 별반 다른 느낌이 아니었으리라!

그리고 다들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럼, 죽을 때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닌데 물질을 소유한다는 건 짐만 되는 거지” 하면서 책 한 권으로 어제와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된 듯 했다.

나는 ‘무소유’라는 책을 소유하게 되어 책장에 책이 한 권 늘었고, 기분은 ‘무소유’를 실천하는 도인이라도 된 듯이 가벼워졌다.

사고 싶은 핸드백을 이런저런 사정으로 소유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정말 멋진 구두를 바라보며 카드한도에 머리를 굴려야 할 때 ‘무소유’철학은 너무도 유용하고 빠르게 나에게 작동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법정스님이 입적하시는 모습을 tv로 보면서, 나의 책장의 책은 어디로 가고 옷장과 신발장에 늘어난 옷과 구두들만 바라보아야 했다.

무소유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나에게 필요치 않는 것은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소유함으로써 짐이 되고 내가 주인이 아니라 물건이 나의 주인이 되는 때문이다. 한번 소유하면 집착하고 그 소유욕에서 쉽게 벗나가기 어렵다.

옷장에 있는 옷들 중에서 1년 동안 한번도 입지 않은 옷을 다시 입을 확률은 거의 제로이다. 그러나 그래도 버리지 못한 옷들이 오늘도 얼마나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가. 괜찮다 싶은 옷들은 정기적으로 세탁도 해주어야 하니 이래저래 물건이 사람 상전 노릇 하는 격이다.

나는 한동안 신문스크랩에 빠져서 매일 자료 오리고 붙이고 하는 것이 하루의 중요일과인 적도 있었다. 신문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배달되니 신문스크랩은 꾸준히 늘어만 갔고 정작 내가 모은 자료들은 활용도 되지 못한 체 쌓여가다가 어느 날 폐지의 운명으로 바뀌어 나와 이별하여야 했다.

최근 뜨는 직업 중에 ‘정리 정돈의 달인’이라 불리우는 직업도 있다. 버리지 못하는 물건, 사용하는 물건인데 그냥 무질서로 쌓여 있는 물건들은 정리하도록 도와주는 직업이다.

주부들이 하루 수십 번씩 열고 닫는 냉장고도 정돈의 달인을 만나면 완전 환골탈태한다. 유통기간 지난 식자재며 몇 달은 달라붙어있던 음식물자국, 제각각 규격으로 무질서 하던 밥찬들이 일련의 규칙과 원칙에 의한 정돈의 과정을 마치면 뭐하나 찾기도 어려웠던 냉장고 안은 보물창고로 바뀐다.

‘정리의 달인’은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 물건보다 몇 배 힘든 것이 사람관계의 정리이다.

이 사람도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아서 마냥 핸드폰에 저장해두고 가끔은 관계유지를 위해 전화나 문자도 하고 관리하는 사람, 그런 관리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로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말 꼭 필요한 사람만 따지면 아마도 백명 ,이 정도 사람이면 충분하고 이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하는 데에도 우리의 시간과 정열은 부족하지 않을까?

손이 가지 않은 수많은 음식이 나열되어있는 부페보다도 정말이지 정갈하고 깔끔한 몇 가지 반찬만으로 이루어진 소박한 식탁에서 정말이지 행복했던 경험을 우리 모두는 가지고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면 무엇보다도 마음이 편해지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몸에 붙어있는 불필요한 지방덩어리는 쉽게 눈에 띄지만 내가 소유한 것들은 관심을 갖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이제까지 모으는데 집중하느라 많이 피곤하였다면 이제 다 덜어내 보자. 뼈와 살과 근육만 남기고.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법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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