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에 뚜렷한 이정표가 세워질 예정이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선언 합의사항인 공동연락사무소가 14일 문을 여는 것이다. 남북은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이날 오전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앞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 시대를 맞게 되는 역사적 사건이다. 공동연락사무소는 긴급 연락채널 역할을 수행하고 남북관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한반도 해빙 기류에서 자연 평화 유지와 통일 비용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는 때이다. 하지만 통일은 '공짜'가 아니다. 통일비용이 소요되는 것이다. 통일비용이란 통일 이후 남북한이 하나의 통합 국가로서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을 안정화하고 정상 운영되기 위해 부담하는 비용을 뜻한다.

독일 통일 사례에서 보듯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11일 정부가 판문점선언의 비준 동의안을 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한 게 논란을 빚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국회가 비준 동의의 주요 판단 근거로 살펴봐야 할 비용 추계는 2019년 한 해 치(4천712억 원)만 제출해 '부실 자료'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년 대비 2천986억 원만 추가 편성됐다.

증액은 주로 남북경협 사업 확대에 집중됐다.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무상) 사업 예산이 1천864억 원으로 올해(1천97억 원)보다 767억 원 늘었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융자) 사업 예산이 1천87억 원으로 올해(80억 원)보다 1천7억 원 늘었다. 산림협력 사업이 1천137억 원으로 올해(300억 원)보다 837억 원 추가됐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포함한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총규모는 약 1조977억 원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된 예산 추계라고 할 수 없다. 북한의 철도, 도로 등 인프라 현대화를 위해 향후 수조∼수십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대북 연구기관들은 보고 있음을 고려할 때 정부가 '1년 짜리' 예산안만 내밀며 사실상 법적 영속성을 띠게 되는 판문점선언의 비준 동의를 국회에 요청한 것 자체가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하겠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국회는 중대한 재정적 부담과 관련된 남북 합의서에 비준 동의를 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내년 한 해분만 갖고 비준 동의를 판단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인 것이다.

통일비용과 관련, 국내외 학계나 기관들의 추정치는 통일기간과 추계방법 등에 따라 500억~6천700억달러(2005년 미국 랜드연구소), 2조~5조달러(2010년 피터 백) 등으로 천차만별이다. 통일비용 개념은 통일과정의 혼란 극복을 위한 위기관리비용, 통일 후 남북 간 제 분야의 통합비용, 북한의 GDP(국내총생산)를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투자비용의 3가지를 주요 요소로 꼽는다.

사안의 중요성이 이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을 일방적으로 국회에 제출할 게 아니라, 사업별 예산을 중장기적으로 구분해 국회 동의를 얻는 게 도리일 것이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고, 국회 비준 동의를 얻어 정권이 바뀌더라도 약속 이행을 위한 구속력이 담보된다. 정부는 통일의 당위론적 필요성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국가경제가 부담할 부분까지 세밀하게 제시하는 성의를 보여 국민 설득과 참여를 이끌어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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