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다룬 실제 역사에 대해 알아본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스틸컷. 사진=tvN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이병헌, 김태리 주연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시청률 15%를 넘나들며 작품성과 함께 흥행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총 24부작으로 지난주 20회에서는 한일의정서가 등장하면서 앞으로 을사조약(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될 때의 모습도 그려질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고종, 일본공사 하야시 등을 제외한 주요 인물은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지만 한일의정서와 을사조약은 실제 역사다. 이에 드라마가 다룬 역사, 한일의정서와 을사조약, 그리고 을사오적에 대해 알아보자. 

■ 1904년 2월 23일 한일의정서

한일의정서는 러시아와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한국을 세력권에 넣기 위해 1904년 강제로 체결한 조약이다. 당시 한국은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일본은 자신들에게 협력할 것을 강요했다. 

조선왕조실록 중 고종실록 44권(고종 41년 2월 23일 양력 1번째 기사)을 살펴보면 '한일 의정서가 체결되었다'라는 문구와 함께 조약의 체결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이 중 제1조의 내용은 이렇다.

「한일 양국 사이의 항구적이고 변함없는 친교를 유지하고 동양(東洋)의 평화를 확고히 이룩하기 위하여 대한제국 정부는 대일본제국 정부를 확고히 믿고 시정(施政) 개선에 관한 충고를 받아들인다.」

'친교'와 '평화'라는 말로 포장됐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시정(施政) 개선에 관한 충고를 받아들인다"의 구절에서 보듯 이 의정서는 한국의 주권을 무시한 치욕적인 구절 투성이다.  

지난주 '미스터 션샤인'의 방송분에서는 당시 외부대신 임시서리 육군참장 '이지용'이 한일의정서에 서명한 모습이 묘사되기도 했다. 을사조약 당시 내부대신이었고 고종의 5촌조카였던 이지용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잠시 뒤 '을사오적'과 함께 알아볼 것이다.

 

을사조약(을사늑약) 당시 기록된 고종실록 원본. 사진=조선왕조실록/국사편찬위원회

 
■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조약

1905년 11월 17일 고종 42년, 한국 정부는 을사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던 드라마가 앞으로 다루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를 을사늑약이라고도 하는데 '늑약'이라는 말은 억지로 맺은 조약을 의미한다. 외교권이 박탈되는 등 불평등·강제성을 비판하는 의미로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을사조약은 고종실록에 '한일협상조약'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 조약의 서문에는 "두 제국을 결합하는 이해공통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한국이 실지로 부강해졌다고 인정할 때까지 이 목적으로 아래에 열거한 조관을 약정한다"라고 적혀 있다. 

한 나라가 부강해졌다는 것을 타국이 어떻게 인정할 수 있겠는가. 이어지는 5개 조항 모두 치욕적이고 불평등한 주권침해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약에 서명한 이는 외부대신 '박제순'으로 '을사오적' 중 한 사람이다. 

이때 눈여겨봐야 할 인물은 의정부 참정대신 '한규설'이다. 한규설은 이토 히로부미가 을사조약을 강제로 체결할 당시 끝까지 반대했던 인물이다.

한규설은 결국조약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파면됐다. 고종실록에는 파면 이유에 대해 "황제의 지척에서 행동이 온당치 못하였으니 우선 본 벼슬을 면직시키라"고 적혀 있다. '온당치 못한 행동'은 무엇이었고 누구의 기준이었을까.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포스터. 사진=tvN

 

■ 이지용, 박제순, 그리고 이완용, 이근택, 권중현… 을사오적(乙巳五賊)

앞서 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봤다면 지금부터는 이지용, 박제순 등 다섯 인물에 대해 알아보자. 을사오적이란 을사조약을 강제 체결할 당시 조약에 찬성한 다섯 대신인 이지용, 박제순, 이완용, 그리고 군부대신 이근택, 농상부대신 권중현을 말한다.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하는 가상 인물 '이완익'(김의성)은 당시 학부대신 '이완용'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완익은 1900년대 초반을 그렸던 지난 20회 방송분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실제 이완용은 1926년 69세로 생을 마감했다.  

이들은 나라를 판 대가로 평생 부(富)를 누렸으며 일본으로부터 후작, 백작, 자작 등의 작위를 받았다. 독립운동가 나철, 오기호 등은 이들을 처단하기 위해 '을사오적 암살단'을 결성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후 한국의 역사는 고애신과 유진초이의 대사처럼 '슬픈 끝맺음'으로 치닫고 있었다. 

드라마는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이야기다. 하지만, '미스터 션샤인'처럼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를 다룬 드라마라면 그 사실을 제대로 알고 시청하는 것도 드라마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싶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