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상익 기자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예나 지금이나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드문 일인데, 우리나라 현실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무색해 진지 오래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전후세대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농촌에서 상경해 공장 일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독학으로 공부 한 사람들이 S대에 들어가거나 사법고시를 합격하는 것을 뜻했다.

과거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조선 후기 까지만 해도 아무리 똑똑하고 재능이 있어도 신분이 미천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자기 분수대로 살아야 했던 비운의 인물들이 많았다.

그 뒤 산업화 과정에서 차차 신분의 경계가 사라졌고 사람들이 교육의 힘을 깨닫게 되면서 소위 없는 집 부모들이 자신을 희생 하면서 자식들을 교육 시키게 된 덕분에 개천 출신 용들의 수가 늘어나게 됐지만 작금의 우리 현실은 점점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렵게 변하고 있다.

특히 사법고시는 2017년 12월 31일부터 없어졌기 때문에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3년 과정의 로스쿨에 진학해야 하는데 1년간 최소 1,500~2,000만원에 학비 부담을 서민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이 외에도 소위 스펙 경쟁 시대가 되면서 흙수저는 그저 공부만 잘한다고 대학을 잘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게 됐다. 사교육의 등장으로 인해 빈곤층 자녀가 학교교육 만으로 부유층 자녀를 추월하거나 따라잡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상류층 자녀들이 '개천'의 상황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은 상황이다. 전문가 들은 사교육의 확대가 교육기회 불균형의 큰 원인 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아버지 학력 및 경제적 형편에 따른 청년세대의 임금차이’ 패널브리프에 따르면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이후 20년간 전체 청년(20∼39세) 세대와 아버지가 대졸 이상인 30대의 월 실질임금은 5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 개발기구 OECD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국 학생 중에 경제적으로 하위 25% 계층에 속하면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3등급 이상 상위권에 든 비율이 36.7%로 70개 국가 중에 9위를 기록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이른바 '흙수저' 학생이 공부를 잘 해서 경제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이는 아버지 세대의 학력 및 경제적 형편이 자식 세대의 임금 차이로 대물림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현상이 우리사회의 극심한 소득 양극화에 이어 부동산발(發) 자산 양극화로 심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양극화가 극심하게 나타난 것은 서울의 부동산 가격 급등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30평대 아파트가격은 15억~18억 하는데 강북이나 수도권은 2억~7억 선에서 형성돼있다. 서울 부촌에 집중된 자산가들의 부동산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뛰었다는 의미다.

또다른 소득 양극화의 원인으로는 대기업-중소기업간 소득 격차 확대, 영세자영업자 몰락,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저임금 일자리 감소 등이 꼽힌다.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놨으나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중심으로 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 세제와 대출규제를 중심으로 한 각종 부동산대책 등은 실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 의도와는 별개로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오히려 예기치 않는 부작용이 커지면서 우리 경제에도 혼선을 주고 있어 정책의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론적으로 분배론이나 성장론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면 궤도 수정도 해야 하고, 방향설정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부동산을 실수요 목적으로 또는 노후대책의 수단으로, 부의 축척 도구인 투자로 보던 사람들이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 있어서 땅은 부를 축척하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이 같은 부동산에 대한 경제 개념과 사고가 변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정책도 백약이 무효이다.

부의 쏠림현상은 빈부격차의 심화를 가속화 시킨다. 어느 사회나 계층은 존재한다. 그렇지만 건강한 사회는 계층이동의 통로가 열려 있어야 한다. 계층 이동 사다리는 바로 교육이다. 이 시대에도 개천에서 용이 날수 있는 토양은 존재해야 한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취업난 속에 최저임금 조차 거부하는 나라가 아닌 청년들이 희망은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공정한 사회 미래가 있는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

공정한 사회는 능력과 노력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지만 적어도 균등한 기회는 보장돼 있어야 한다. 나아가 패자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고, 승자가 독식 하지 않고, 서민과 약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사회라야 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