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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칼럼] 역사 밖의 사람들, 팔레스타인인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 일간투데이
  • 승인 2018.09.19 16:44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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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위치한 곳으로, 구약성경에서 가나안으로 불렸던 곳이다. 이스라엘의 전신인 유다 왕국은 현 예루살렘을 수도로 BC 586년 바빌론에 의해 멸망될 때까지 이 지역을 약 350년간 다스렸다. 유대인은 70년의 포로생활(바빌론 유수)에서 돌아와 이곳에 다시 정착했고, AD 70년경 유다가 로마에 의해 멸망당한 후 유대인은 ‘땅 없는 민족’이 되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았다. 636년 아랍이 동로마를 격파한 이후 이슬람이 이곳을 지배했으니 팔레스타인은 적어도 1천년 넘게 이슬람이 지배한 곳이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던 팔레스타인을 자신의 위임통치하에 둔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전에 독일과의 전쟁을 위해, 제1차 대전 기간 중 맺은 팔레스타인 분할 안(아랍과 유대에게 독립국가를 세워준다는)을 철회한다. 이는 시오니스트 보다는 아랍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영국은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유엔에 위탁했는데, 1947년 유엔은 팔레스타인에 아랍국가와 유대인 국가를 두며, 예루살렘은 유엔의 공동관리 하에 두는, 소위 ‘팔레스타인 분할결의안’을 통과시킨다. 미국은 이에 적극 찬성했지만 영국은 기권했다.

■ 중동평화, 이스라엘 생존보장 일뿐

영국의 위임통치 종료일 전 날, 1948년 5월 14일에 이스라엘의 건국이 이뤄진다. 이 날은 유대인에게는 독립을 달성한 날로 시오니즘운동이 완성된 축복된 날이지만, 고향을 떠나 다시는 그 땅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대재앙의 날일뿐이다. 종료일 다음 날인 16일,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했지만(1차 중동전쟁), 패배한다. 1967년 6월 이스라엘은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을 선제공격하고 6일 만에 압승을 거둔다(제3차 중동전쟁). 이스라엘은 시나이 반도, 골란 고원, 서안과 가자 지구를 점령하면서, 지배지역을 5배나 확대했고,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유효지배하고 있다. 다만 시나이 반도는 미국(카터)이 중재한 19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간의 평화조약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이집트의 국가승인 대가로 이집트에게 돌려줬다.

1964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PLO가 설립됐고, 1993-1995년, 이스라엘과 PLO 간에 맺어진 오슬로 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만들어졌다. 자치정부는 2011년 유엔에 가입을 신청했는데, 132개국이 팔레스타인의 국가수립을 지지함에도, 미국의 거부권행사로 좌절됐다. 이듬해, 유엔은 팔레스타인을 의결권은 없지만 UN기구에서 활동할 수 있는, ‘비회원 옵서버 국가’로 승인했다. 이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사실상’의 국가승인이다.

2011년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가입이 허락되자, 미국(오바마)은 자신의 분담금을 대폭 삭감했고, 2017년 미국(트럼프)은 역사적 유산에 대해 팔레스타인에 우호적 결정을 내렸다는 이유로 유네스코를 탈퇴했다. 세계평화를 선도해 나가는 미국이 유네스코를 두 번이나 탈퇴하는 것은 초강대국답지 않지만, 팔레스타인도 유네스코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공통의 성지 중 하나인, 헤브론의 ‘아브라함의 묘’를 팔레스타인의 유산으로 신청하는 것은 중동평화에 역행하는 것이고, 또 사정을 뻔히 아는 유네스코가 이곳을 팔레스타인만의 유산으로 등재해 준 것 역시 국제협력의 본분에 어긋난다. 이스라엘로서는 자신의 선조의 묘를 유대인 유산이 아니라고 했으니, 펄펄 뛰지 않을 수 없다.  

■ 영토 뺏긴 팔레스타인 고통 외면

예루살렘 역시 공통의 성지다. 유대교에겐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친 장소(모리아 산)가 있고, 이슬람교에게는 무함마드가 승천했다는 황금사원의 바위 돔이 있는 알 아크사 모스크가 있으며, 기독교에게는 예수가 승천한 성묘교회와 ‘비아 돌로로사’(십자가를 지고 걸어간 슬픔의 길)가 있다. 좁은 동네에 이 모든 것이 몰려있다. 67년 전쟁 이전에는 이스라엘이 서 예루살렘 일부만 장악했지만, 지금은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알 아크사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키며, 모스크에 누가 들어가고 누가 못 들어가는 가를 결정한다. 공통의 성지가 사실상 독점된 성지가 됐다.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도 이스라엘 못지않게 그 관할을 주장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곳인데, 이스라엘은 1995년 예루살렘을 자신의 수도로 공표한 바 있다. 2018년 미국(트럼프)은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기념한다고 하면서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대사관 이전은 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 관할을 인정한 것으로, 유엔 결의에도 어긋나는 지혜로운 처사가 아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한 세계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다. 이는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에게 중재자로서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이 살고 있는 동예루살렘, 서안 및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 국가 속의 팔레스타인 영토'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팔레스타인인은 자치정부보다 무장단체(하마스)를 지지하기도 한다. 지금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대항할 어떤 유효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 세계가 이스라엘의 과잉진압을 비난하는데도 이스라엘은 아랑곳 하지 않으며, 미국은 침묵한다. 인권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실현하려는 미국답지 않다.

미국은 하마스를 테러집단이라고 하는데, 하마스가 무장 저항단체의 성격을 지니고 있고, 비타협적이고 극단주의적 성격이라 비호감을 주지만 IS와 같은 테러리스트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하마스는 자치정부의 정당으로, 2006년에는 집권당이기도 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빼앗긴 영토를 회복하고 독립정부를 세우기 위해 투쟁하고 있을 뿐이다. 안중근의사는 일본에겐 테러리스트지만, 우리에겐 민족의 영웅이다.

성지순례 때 총을 들고 버스에 올라와 검문을 하던 군인의 모습이 생생한데, 내심 움찔했다. 자신의 영토를 빼앗긴 채, 타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서안에서 동예루살렘을 들고 날 때마다 검문을 받는다면, 어떤 심정일까? 서안 지역의 검문소는 팔레스타인에겐 굴욕과 굴종 그 자체다. 지난 70년의 중동평화는 이스라엘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었지, 자신의 영토와 종교적 성지를 빼앗긴 팔레스타인의 고통은 외면돼 있다. 팔레스타인이 처한 정치적 상황은 매우 복잡하고, 희망의 빛도 보이지 않는 절망적 상태다. 지도에서, 역사에서, 양심에서도 지워진 팔레스타인인, 역사 밖의 사람과 다름없다. 그저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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