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경영硏, '넥스트 실리콘밸리 꿈꾸는 세계의 스타트업 클러스터들' 발표
뉴욕·런던 등 전통 산업 중심지도 지역 특화 경쟁력 통해 유니콘 기업 배출
기술·자본·인력이 교류하는 네트워크 환경…'스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최근 세계 각국에서 스타트업이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장기적 정책지원과 규제완화를 통해 '제2의 실리콘밸리'를 조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20일 '스타트업이 경제지도를 바꾼다' 보고서를 발표하고 "전 세계적으로 경제의 중심이 전통산업에서 스타트업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실리콘밸리를 모방한 첨단 기술 클러스터(cluster·산업직접단지)가 전 세계 스타트업 활성화의 필수 조건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기술 분야가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4.5%에서 향후 15∼20년 내 8%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경제 활동 인구의 10%가량이 초기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다른 주요 국가의 스타트업 종사자 비중도 증가 추세다.

종사자가 늘어나자 이들이 모여 있는 클러스터들 역시 각 지역의 특화된 고유 경쟁력에 기반해 제2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며 성장해 하고 있다. IT 기반의 신흥지역뿐만 아니라 전통 산업 중심지였던 기존 산업 클러스터들도 각자 개성 있는 스타트업 클러스터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과 영국의 런던은 지난해 스타트업게놈(StartupGenome)사가 발표한 스타트업 클러스터 랭킹에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두 지역 모두 전통의 금융 중심지로서 풍부한 자금과 뛰어난 글로벌 접근성이라는 장점을 이용해 경쟁 우위를 선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업과 IT를 결합한 핀테크 또한 두 도시가 스타트업 클러스터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내외에서 제공되는 풍부한 투자 자금에 힘입어 실리콘밸리 지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도시가 됐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을 말한다. 두 도시 모두 인재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들에게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인도의 벵갈로르는 1990년대 IBM과 HP 등 글로벌 IT기업의 오프쇼어 센터로 시작해 현재 저임금의 우수한 인재들을 보유한 혁신 중심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인도 전체 스타트업의 27%가 벵갈로르에 집중돼 있으며, 벵갈로르 자체 경제도 42%나 스타트업이 기여하고 있다.

강소국의 경쟁력도 눈에 띈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는 지난 40년간 250개의 스타트업을 나스닥(Nasdaq)에 상장시킨 저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군사보안 등 독특한 분야 기술에 강점을 둔 도시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스마트폰용 게임인 '캔디 크러시 사가(Candy Crush Saga)'를 출시한 킹(King) 사의 성공이 유니콘 기업의 탄생을 촉발시켰다. 특히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연계성이 타 지역보다 20% 높아 상호 윈-윈(Win-Win) 하는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네덜란드 수도인 암스테르담은 인구 90% 이상이 영어 사용이 가능하며 뛰어난 과학·수학 실력을 보유한 인재풀 덕분에 인구 대비 투자 성과 창출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스타트업의 59%가 대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스타트업의 빠르고 안정적인 성장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와 홍콩이 적극적인 정부 지원과 풍부한 투자자금, 고학력·글로벌 인재 등을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의 '실리콘 아일랜드'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보고서는 성공적인 스타트업 클러스터의 형성을 위해서는 정부 및 대기업의 지원과 네트워킹 환경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공한 클러스터가 속한 지역의 정부들은 기금 조성과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 초기 인프라 제공에 집중했다. 특히 베이징과 상하이 등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단기간 기존 클러스터들을 능가하는 성과를 창출했다.

곽배성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한국 스타트업 클러스터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장기적 정책 지원과 대기업과의 상생 전략, 그리고 한국만의 차별화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단기성과를 위한 자금 지원과 홍보성 정책보다는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클러스터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과 인프라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또 대기업을 스타트업의 혁신 동반자이자 핵심 역량 제공자로 인식하고 상생 및 지역 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지원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연구원은 "대기업-스타트업의 상생을 위해 초기 투자 촉진 방안과 대기업이 규제 부담 없이 스타트업을 인수할 수 있는 건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실리콘밸리 등 선진 클러스터의 외형을 단순 벤치마킹하기보다는, 글로벌 표준화가 용이한 제조업 연계 스타트업 육성 등 한국형 클러스터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