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성규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 법학박사 ㆍ 부연구위원 )

건설공사계약의 이행과정에서 계약당사자가 거의 필연적으로 다양한 원인의 클레임이나 분쟁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규모가 크고 공기가 긴 경우에는 계약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계약외적 요인에 의한 클레임도 적지 아니하다.

게다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험한 바와 같이 건설경기가 침체 또는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을 때는 이해관계의 대립이나 갈등이 더욱 첨예하게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분쟁의 해결은 그 동안 소송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조정이나 중재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송을 대체하는 분쟁해결수단으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여 공공부문의 공사와 관련한 분쟁해결에 중재의 기여도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쉽게도 중재를 위한 건설분쟁의 해결규모가 점차 조금씩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2004년 건설분야의 중재건수는 11월말 현재 54건으로 전년대비(59건) 소폭의 감소를 보이고 있으며, 금액규모로 보더라도 절반이하로 뚝 떨어졌다.

눈에 띄는 점은 건축부문이 토목부문을 넘어서는 등 민간 건설분야에서 중재를 이용한 분쟁해결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다.
90년말부터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여주던 중재의 이용률이 줄어들 게 된 것은 회계예규의 개정으로 인하여 중재절차의 이용자체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중재절차를 이용하려면 무엇보다 중재합의(또는 중재계약)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공공부문의 발주자들이 중재절차의 이용을 꺼리다보니 중재합의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01년 이전만 하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했지만 회계예규상으로 조정과 중재의 선택적 중재합의조항으로 명시되어 있어 대법원에서도 중재합의로 인정함으로써 중재절차의 이용이 활성화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의 회계예규 개정은 중재와 법원의 판결간의 선택적 분쟁해결조항으로 바꾸어버려 소송을 선호하는 발주자의 입장이 강화되었다.

결국 전문성과 경제성 등의 장점을 지닌 분쟁해결수단으로서 중재는 선진국에서도 그 이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회계예규 등에서는 이러한 국제적 추세를 외면하고 오히려 역행하는 개정이 거듭됨으로써 발주자 우위의 소송 편향적인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건설산업의 선진화는 요란한 구호의 생산체계의 개편 못지않게 공사계약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클레임이나 분쟁 등의 합리적인 개선부분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005년 침체를 벗고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할 국내 건설시장도 공사계약의 공정성과 대등성이 실질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회계예규의 합리적 개정을 통한 중재절차의 활발한 이용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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