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물산이 보유한 케미칼지분 2조2천억원에 매입
지주체제 안정화·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경쟁력 제고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웅크리고 있던 롯데가 다시 기지개를 켠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롯데 유화사들을 롯데지주로 편입하는 등 지배 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뉴롯데' 재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전날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일부와 410만1천467주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을 포함해 총 796만5천201주(지분율 23.24%)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했다. 매입 금액은 2조2천274억원이다.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의 지주사 편입을 통해 그룹의 지주 체제를 더욱 안정화하는 것은 물론, 유통 및 식음료 업종에 편중돼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경쟁력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따.

롯데지주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 발행주식 총수의 10%에 달하는 1천165만7천주 규모의 자기주식을 소각하고 4조5천억원 규모의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내달 21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롯데지주는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분할합병 과정에서 약 4천576만주(지분율 39.3%)의 자기주식을 보유하게 됐으며 이번에 소각이 결정된 자기주식은 이 중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또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시장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2번에 걸친 대규모 사업결합으로 발생한 약 7조4천억원의 자본잉여금 중 4조5천억원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지주는 대규모 자기주식 소각으로 주당 순자산가치가 개선될 뿐 아니라 배당 가능한 재원 역시 확보하게 돼 주주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15년 8월 신 회장이 순환출자 해소 및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공표한 이후 복잡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빠르게 줄여나가며 경영투명성을 제고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지주회사인 롯데지주 주식회사를 설립했으며 올해 4월에는 추가 분할합병 작업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하고 지주 체제를 한층 강화했다. 지난 7월에는 자회사인 롯데정보통신도 상장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주사 편입 결정은 그룹의 경영투명성 강화 및 주주 권익 강화 방안을 최우선으로 하는 신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며 "롯데는 앞으로도 지주사의 기업 가치를 높이고 그룹의 경영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구조 개편을 지속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이번 지주회사 편입을 통해 신 회장의 경영권이 더 견고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롯데의 핵심 계열사인 호텔롯데의 지주사 편입은 당장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 회장은 이번 지배 구조 개편을 통해 경영권이 더 안정화할 것"이라며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 지배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롯데지주와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중국 관광객이 회복하지 않아 가치가 떨어졌고 금융 계열사 처리 등 과제가 있어 호텔롯데 상장은 2020∼2021년께로 미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 회장은 지난 8일 석방 후 첫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어려운 환경일수록 위축되지 말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임원들에게 주문했다. 이에 미뤄져 있던 국내외 인수합병(M&A)과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투자 사업, 대규모 채용 등이 재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베트남 호찌민 '에코 스마트 시티' 사업과 '롯데몰 하노이' 건설 등 해외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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