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제도개편 방향이 초미의 관심이다. 이달 말 국민연금 제도개편안 국회 제출을 준비 중인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금의 가장 기본 틀인 급여 수준, 즉 얼마를 받을지 결정하는 소득대체율을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사실 1988년 첫 제도 도입 때 소득대체율은 70%였다. 현재 45%는 2028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40%까지 떨어진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이 소득대체율을 더 떨어뜨리지 않고 45%에서 고정하는 (가)안과 현행 규정대로 40%를 유지하는 (나)안 두 개를 제시한 바 있다. (가)안은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대신 보험료율을 즉각 2%포인트 올리자고 한다. (나)안은 소득대체율을 건드리지 않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은 50%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이상론만 주장할 때가 아니다.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라붙을 보험료 인상을 생각하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치열하다. 국민연금 개편 방향이 소득대체율이라는 '블랙홀'에 빠진 형국이다.

문제는 최대 기금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경우 고갈 시기가 3∼4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럴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의견을 모아 조기에 국민연금 개편이 단행돼야 하는 이유다.

국민연금은 2056∼2057년에 밑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2013년 3차 재정 추계 때 정부는 2060년에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추산했는데, 그때보다 앞당겨진 것이다.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2018년 상반기 현재 국민연금 적립금은 630여조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하는 금액이다. 기금은 당분간 계속 불어나 2040년대 초반 2천500조원대까지 커지지만, 이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다가 급격히 쪼그라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소진 시점에는 300조원대에 가까운 적자가 나서 세금으로 메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기금 고갈 대상이 국민연금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보전 금액이 국가재정에 주는 압박도 여간 큰 게 아니다. 정부는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한 해 수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한다. 2016년 회계연도 결산 기준으로 정부가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에 준 보전금은 각각 1조3천665억원, 2조3천189억원이다. 약 3조7천억원에 달하는 보전금을 세금으로 채워 넣은 셈이다.

정부는 군인연금법에 따라 매년 국인연금에 보전금을 준다. 군인 월급에서 미리 떼어 낸 기여금과 정부 부담금(매 회계연도 보수 예산의 7%)으로 급여를 주고 부족하면 정부가 메워준다. 보전금은 1973년 3억원에서 2016년 1억3천665억원까지 증가했다. 문제는 2045년이 되면 보전금 규모가 2조7천861억원까지 뛴다는 점이다.

군인연금 못지않게 공무원연금도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는 숨어 있는 빚이다. 2024년 보전금은 5조원, 2045년엔 11조원에 육박한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공공 부문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현 정부 임기 내 공무원 약 17만명을 채용할 경우 보전금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인구 고령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출산율 저하는 심각하다. 이대로 방치하면 국민 세금으로 채워 넣어야 할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보전금은 '미래세대를 억누르는 가장 큰 암덩어리'가 될 게 자명하다.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대개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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