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신흥시장 공략 위해 동남아 공개행사·선행기술 중저가 먼저 적용
증권투자업계, "폴더블폰 등 혁신폰 나와야…마진 포기 중국제품 공세 방어 차원"

▲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후면에 4개(쿼드) 카메라를 탑재한 중저가폰을 선보이며 중국 제품에 잠식되고 있는 신흥국 시장에서 반전을 모색한다. 하지만 증권투자업계는 스마트폰 고사양화로 시장이 과포화된 상태에서 '폴더블폰' 등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지 않는 이상 획기적인 반전은 힘들다는 분석이다.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갤럭시A9'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후면에 4개(쿼드) 카메라를 탑재한 중저가폰을 선보이며 중국 제품에 잠식되고 있는 신흥국 시장에서 반전을 모색한다. 하지만 증권투자업계는 스마트폰 고사양화로 시장이 과포화된 상태에서 '폴더블폰' 등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지 않는 이상 획기적인 반전은 힘들다는 분석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운 중국 제품의 공세에 이미 확보한 신흥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글로벌 미디어와 파트너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갤럭시A9' 신제품 출시 행사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먼저 선보였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갤럭시 A9 공개 행사를 동남아에서 개최함으로써 신흥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 제품은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신작 트렌드를 반영해 카메라 기능을 강조했다. 후면에는 세로로 초광각(800만화소), 망원(1천만화소), 기본(2천400만화소), 심도(500만화소) 카메라가 배치했다. 전면(2400만화소)까지 더하면 카메라가 5개다. 후면에 3개, 전면에 2개의 카메라를 배치해 '펜타(5) 카메라폰'인 LG전자 'V40 씽큐'와 달리 A9은 후면에 심도 카메라를 넣었다.

광학 2배줌을 지원하는 망원 카메라는 먼 거리에서도 피사체의 세밀한 부분까지 선명하게 촬영하게 해준다. 사람의 시야각과 유사한 화각 120도의 초광각 카메라는 더 많은 풍경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기본 카메라와 심도 카메라는 사용자가 자유자재로 배경을 흐리게 하는 '라이브 포커스' 기능을 장착했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제품 기능을 중저가폰에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번 갤럭시A9에는 혁신기술을 먼저 넣은 이유는 신흥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중국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 8월 말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공개한 2분기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3% 점유율로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달성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22.6%)에 비해 하락세를 보였다. 기대를 모았던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의 판매 부진이 결정타 역할을 한 것이다. 이에 반해 중·저가 제품을 주력군으로 하는 중국계 업체 화웨이(9.8%→13.3%)·샤오미(5.8%→8.8%)·오포(7.1%→7.6%) 등은 대약진을 보이면서 대조를 이뤘다.

중국 제조사들은 가성비를 무기로 삼성전자가 지난 2013년 19.7%까지 기록했던 중국 점유율을 올해 2분기 0.8%까지 추락시키며 사실상 퇴출 수준으로 몰아넣었다. 스마트폰 고사양화로 글로벌 시장이 역성장을 보이는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인 인도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부동의 점유율 1인자였으나 지난 4분기 6년만에 처음으로 2위로 내려앉았다. 2분기만인 지난 2분기 1위 자리를 탈환했으나 28~9% 점유율로 중국 샤오미와 박빙의 접전을 펼치고 있다.   

증권투자업계에서 카메라 기능을 대폭 보강한 갤럭시A9의 시장 전망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더블폰 등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카메라가 보강됐다고 해서 시장에서 반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산 중·저가 제품의 공세 속에서 카메라 채용 증가로 인한 원가 상승에도 가격 인상이 어려워 삼성전자 무선부문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 또한 "현재 시장이 정체돼 있기 때문에 획기적인 판매량 증가가 기대되지 않는다"며 "다만 경쟁사들의 카메라 채용 증가에 대응해 마진을 포기하면서 카메라를 늘려 기존 시장을 방어하는 성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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