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격히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탈 원전) 정책’에 대한 후유증이 만만찮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고급 원전 인력의 해외 유출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력기술,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의 ‘원전 인력 퇴직자 현황’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들 공기업에서 원자력 관련 근무자의 해외 이직은 2015년 1명, 2016년 0명이었으나 지난해 9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도 지난 8월까지 5명이 한국을 떠났다. 이직자가 향한 곳은 모두 원전 확대를 추진하는 아랍에미리트(UAE)다. 한전기술 등은 원전 관련 핵심 업무를 하는 곳이다. 한전기술은 주로 원전 설계, 한수원은 운영, 한전KPS는 유지·보수를 담당한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설계 분야에서 인력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원전 선진국 한국’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우리 원전 안전까지 걱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급엔지니어들이 고국을 등지는 주된 이유는 명료하다. 한국에선 원전 일감이 언제 끊길지 불안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일감이 줄고 한국에서 원전산업 비전이 보이지 않아 해외 이직을 결심했다고 이구동성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가볍게 여기지 말고 경청해야 할 이유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큰 틀에서 맞는 방향이다. 세계적으로 원전보다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는 추세에도 부합한다. 문제는 속도가 너무 급격하다는 저이다. 앞으로 온난화에 따라 석탄화력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고 신재생에너지 공급 능력이 예상만큼 확대되지 않으면 원전 수요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탈원전을 외치기 전에 그것이 가능한지 현실적인 여건을 먼저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 공급에서 석탄화력과 원전이 작년 말 기준으로 39.3%, 30.7%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 발생으로 노후 화력발전소가 폐쇄되는 마당에 원전까지 중단한다면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경제력에서 뛰어난 원자력의 강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전원별 전력 생산단가는 ㎾h당 원전이 48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169원, 풍력 109원보다 월등히 싸다.

태양광·풍력발전을 늘리는 독일만 해도 전력 공급망이 이웃 나라와 이어져 있어 유사시 이를 활용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태양광·풍력에 너무 의존할 경우, 자칫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여름·겨울 피크타임에 '블랙아웃(대정전)'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대비해야 한다. '탈원전’이라는 이상론에만 치우친 에너지 정책의 사각지대를 바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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