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은 어느 조직보다 투명성과 효율적 생산성을 갖춰야 한다. 사회생활 영역에서 일정한 역할과 목적을 위해 설치한 공적 기구나 조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합리적 객관성이 긴요하다. 인사는 기업문화를 넘어 한 사회의 가치 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라고 하는 것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공공기관 인사 비리가 또 드러났다.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재직 현황' 자료를 보면 서울교통공사에서 직원의 친인척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뒤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이다. 정규직은 다섯 단계 채용절차를 거치지만, 무기계약직은 세 단계로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이처럼 채용절차가 쉬운 무기계약직으로 일단 입사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특혜를 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3월 무기계약직 1천2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문제는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라고 할 정도로 국민적 분노를 사기에 족한 서울교통공사 인사 비리 의혹이다. 무기계약직 1천200여 명의 8%가 넘는 108명이 정규직 직원의 친인척들로 밝혀졌다. 직원 자녀가 31명으로 가장 많고 형제와 배우자, 부모, 5촌까지 친인척 범위도 다양하다. 특혜 채용이자 고용 세습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니 일자리 약탈 행위이자 청산해야 할 적폐 중의 적폐라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닐 정도로 뿌리가 깊다. 518명 신입사원의 95%(493명)가 부정청탁으로 합격한 2012~13년 강원랜드 대규모 채용비리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신입사원 채용에서 서류심사로 300위권 밖인 지원자가 최종합격자 6명 명단에 포함된 것은 인사비리가 어디까지 왔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은행 등 일반기업의 인사 채용 실태에서도 '악취'가 진동한 게 최근 일이다.

참으로 개탄스런 한국 사회 현실이다. 미래세대인 이 땅의 청년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는 인사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 취업 준비생들은 밤잠을 설쳐 가며 입사 시험을 준비한다. 이들에게 채용 비리는 박탈감, 좌절감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보다 야비한 범죄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허탈감을 느낀다. 여타 기관의 채용 비리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공공기관 채용 비리의 근원은 낙하산, 코드 인사 등에 원인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문성도 없으면서 정권과 유착된 이유만으로 공공기관장에 임명되고, 이 과정에 힘을 보탠 주변인들이 채용 청탁에 나서는 먹이사슬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업비리와 관련, 국민을 위해 거듭나는 공공기관이 돼야 하고, 그러려면 정부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공공기관 관리 운영 시스템 전면 개편을 올해 말, 늦어도 내년 1월 말까지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평가 기준을 차별화해 각 기관 사정에 맞도록 하되, 사회적 가치를 좀 더 중시하는 방향에서 대개혁을 단행하길 바란다. 여하튼 인사비리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법적 중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나아가 비리·특혜 취업자는 당장 사퇴 조치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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