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김학성 칼럼] 대한민국 국민은 피곤하다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 일간투데이
  • 승인 2018.10.17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구글+
네이버 밴드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폴라
핀터레스트
URL 복사
   
 

2018년 대한민국은 세계11위 경제대국으로, ‘3050 클럽’(소득 3만 달러, 인구 5천만 명 이상)에 7번째로 진입하려 하고 있고,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9번째로 가입했으며, 하계ㆍ동계올림픽과 월드컵 모두 주최한 다섯 나라에 들어갔다.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5위내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의 소비수준은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한편 삶의 질은 경제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닐진대, 세계최고의 자살률과 교통사고 사망률 등을 감안할 때 이제는 총체적 국민의 삶의 질을 돌아볼 때다.

먼저 대한민국 국민은 고단하다. 국민의 삶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고단하다. 어려서부터 지옥 같은 수험경쟁에 시달리며, 교육은 암기위주로 인격함양이나 창의력과는 거리가 있고, 공교육은 무너졌고 낭비적 사교육만 넘친다. 졸업해도 취직이 어렵고, 양질의 직장은 하늘의 별따기다. 취직해도 고단함은 계속된다. 평균근로시간이 줄었다고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늙어서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노인 비율이 매우 높다. 고령임에도 건강이 허락돼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생계유지가 어려워 나이 들어서까지 무리하게 일하는 것은 고난이지 기쁨이 아니다.

■ 청년 실업·노인 빈곤…미래 불안 가중

대한민국 국민은 억울하다. 국가는 구성원 모두에게 기여에 걸 맞는 분배가 이뤄지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재벌은 살찌는 대신 중소기업은 근근이 버티고 있다. 대기업은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기술을 탈취하기도 한다. 리베이트를 강요하면서 골목상권까지 넘보고 있다. 능력검증도 없는 재벌의 3, 4세 부당한 경영승계는 본인에게도 국가에도 바람직하지 않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에겐 허탈감만 준다. 일본은 편의점의 생존을 위해 상당기간(세븐일레븐은 12년, 로손은 10년)동안 최저수익을 보장해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1년만 보장한다. 편의점 폐업률이 작년 대비 3배까지 치솟았고, 심지어 광주, 경남, 서울은 문 여는 곳보다 문 닫는 곳이 많다고 하는데,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결국 약자만 죽는다. 직업의 안정성이 높으면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야 공평한데, 공무원이나 공기업의 경우 모두 높다. 그래서 초등학생의 꿈이 공무원이란다.

대한민국 국민은 안타깝다.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매일 싸우고, 사사건건 다투며 상대를 악으로 규정한다. 민생은 뒷전이고 말꼬리만 잡는다. 대통령이 재판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사면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이유로 법사위가 해야 할 산적한 일을 방치하는 것은 그에 못지않게 부적절하다. 국민 눈높이에 비춰 하자가 없다고 하면서 야당의 적극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1년짜리 교육부장관 임명이 감행되고 있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운영이 불가능한데도 수많은 민생법안의 방치를 불사한다. 얼마 전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경찰에 2015년 민중총궐기, 2009년 쌍용차 파업 당시 불법 시위 관련 손해배상 청구를 취하하라고 권고했다. 불법에 대한 올바른 응징이 경찰의 본질인데, 옳고 그름이 시류에 따라 너무 쉽게 바뀐다.

대한민국 국민은 속상하다. 경기가 좋지 않아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업종과 지역을 따지지 않고 최저임금만 올리려 한다. 강남과 강원도 고성의 편의점의 최저임금이 동일할 수 없다.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없애는 것이다. 마차가 말보다 앞선 모습이다. 일본은 지역별·업종별로 다양한 최저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는 실업률이 9개월 연속 100만 명을 넘는 고용절벽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30대 실업률이 높다. 우리나라 청년고용률(15-29세)은 OECD 35개국 중 30위로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런데 여당 대표는 경제는 늘 어려웠으니 지금의 어려움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남의 일인 듯 말한다. 경제는 경제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정치문제다. 실업문제가 엄중해질수록 정치는 위태로워진다. 또 자기 이익에 매몰된 귀족노조의 행태도 마음에 걸린다. 한국의 노조는 조직률이 10%에 불과하니 노동자 다수의 이익을 고려하기 어렵다. 게다가 불법인 고용세습도 한다. 노조원 자녀 우선채용은 최악의 고용참사를 겪고 있는 젊은이에게 박탈감을 더해준다.

■ ‘민생 뒷전’ 정치권 통 큰 양보부터

대한민국 국민은 불안하다. 국민의 생활수준이 급격하게 향상되는 고도 성장기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불안감을 압도하므로, 복지는 성장에 가려지게 된다. 그러나 저성장 단계에서는 사회안전망의 미비로 불안감이 커지게 된다. 특히 자식 뒷바라지로 저축한 재산도 변변치 않은 노인층의 불안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급기야 노인 자살률은 젊은이의 2배가 넘고 OECD평균의 3배에 이르며, OECD국가 중 10년 넘게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운동경기 중 야구만큼 투수의 비중이 큰 경기도 없다. 하지만 절대적 투수도 포수가 리드한다. 투수가 흔들리면 포수가 마운드로 달려가서 힘을 모은다. 투수가 폭투를 하거나 포수가 공을 빠뜨리게 되면 게임을 망치게 되며, 계속 반복되면 관중은 일어나 나가 버린다. 대통령과 여당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20년은 고사하고 5년도 버티기 힘들다. 북한에 대해 통 큰 합의로 전쟁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듯이, 야당이나 보수 언론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통 큰 양보를 해주면, 산적한 민생법안은 통째로 해결될 수 있다.

얼마 전 일간신문에, 인근 저수지에서 우산을 쓴 채 쪼그려 앉아 무언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대통령의 사진이 실렸다. 소박, 초라, 처량했다. 소박은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라 문제되지 않았지만, 초라해서도 처량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의 휴식 공간이 국격에 맞게 개선될 필요가 있다. 그 무엇보다, 대통령의 편안한 휴식이 확보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참 힘든 자리인가 보다.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는 전직 대통령들의 푸념을 되새기고 있는 듯했다.

*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