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분양가 규제·새 청약제도 원인
"공급 적기 놓쳐 다음해로 넘어갈수도"

▲ 경기도 용인 한 아파트 단지.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탓해야죠."

분양 일정을 묻는 말에 한 대형 건설사 직원의 푸념 섞인 대답이다. 본격적인 분양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분양시장이 조용한 모습이다. 당초 추석 연휴 이후 예정됐던 수도권 아파트들의 분양이 대거 연기되고 있다. 정부의 새 청약제도 개편과 보증 심사 권한을 가진 HUG가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 일정이 줄줄이 밀렸다.

서울에서는 서초우성1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공급하는 '래미안 리더스원'이 대표적이다. 올해 4월 분양 예정이던 이 단지는 9월에서 다시 10월 말로 일정이 수차례 연기됐었다.

HUG는 지난 16일 래미안 리더스원의 일반 분양가를 3.3㎡당 4천489만원으로 확정해 분양 보증서를 발급했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돼 청약에 당첨만 되면 수천억대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또 다른 로또 청약으로 주목받는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개포그랑자이' 역시 정부의 분양가 통제 탓에 내년 상반기로 분양 일정이 연기됐다.

이밖에 강북은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4구역을 재개발한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와 동대문구 'e편한세상 용두5구역', 은평구 응암동 '현대힐스테이트 응암1구역',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 동작구 '사당3구역 푸르지오' 등도 같은 이유로 분양 일정을 미뤘다.

HUG는 1년 이내 분양된 단지의 분양가 110%를 초과하면 분양보증을 서지 않는다. 분양가를 올리려는 조합과 이를 규제하는 HUG 간의 갈등이 커지는 이유다.

경기도에서는 HUG가 9·13 부동산 대책으로 바뀐 청약제도 규정이 시행되는 11월 말 이후로 심사를 미룬 탓에 분양이 지연되고 있다. 선분양 공급구조 특성상 HUG가 보증을 내주지 않으면 분양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 9·13 대책의 후속 조치로 추첨제 물량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기로 하는 등 무주택자의 청약 당첨 기회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GS건설은 이날 견본주택을 개관할 예정이던 '위례포레자이' 분양을 오는 12월 이후로,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위례'와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 분양이 연기됐다.

시행사와 시공사 간 분양가 협의 과정에서 사업장이 연기된 사례도 있다.

7호선 연장선 역세권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경기도 의정부시 '탑석센트럴자이'도 당초 이날 분양 예정이었지만, 분양가 협의 등으로 분양이 지연됐다. 시행사인 용현주공아파트 조합 측은 분양가 인상을 요구했으나, 시공사인 GS건설이 이를 반대했다.

이 단지의 관리처분 일반분양가는 1천220만원대였지만, 조합은 1천300만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과 GS건설은 전날 분양가 1천200만원 후반대에 협의를 마무리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나친 분양가 통제로 인해 신규 주택 분양이 미뤄져 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며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114가 올해 초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새 아파트 분양 계획 물량은 총 5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목표에 한참을 못 미칠 전망이다.

김태균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 상무는 전날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서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HUG와 조합 간 갈등으로 사업 지연을 초래하고 있다"며 "HUG의 분양 가격 제한을 현행 110%에서 120% 완화해주거나 고분양 관리지역을 지정할 때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뤄진 물량이 연말에 분양을 한다 해도 청약 과열 현상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날 일간투데이와 통화에서 "건설사들은 겨울철이 분양시장 비수기여서 분양 시기를 고심할 것"이라며 "주요 지역의 분양 물량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시장에 혼선을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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