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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칼럼] '풍년아사'가 부럽다면
  • 황종택 주필
  • 승인 2018.10.21 16:09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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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아사(豊年餓死)'-. 경제 호황으로 일할 수 있는 직원을 구하지 못해 도산하는 기업체가 늘고 있는 일본의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구직자가 줄을 서는, 높은 실업률을 보이는 우리로선 유쾌하지 못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이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2012년 본격화된 뒤 경제 호황으로 일감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중소 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곤경에 처했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잇는다.

일본 정부는 일손 부족 탓에 흑자 도산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고령 근로자 및 외국인 고용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도산한 기업은 올해 9월 말까지 299곳에 이른다. 연말까지 400여 개 기업이 일손 부족 탓에 문을 닫으리라는 전망이다.

다각도로 구인난 타개책이 시도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등을 활용해 극복하려는 움직임의 확산이다. NTT동일본은 고객센터에 소비자 문의사항을 AI가 답변하는 자동회화 프로그램을 이달 도입했다. 상담 전문인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첨단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나선 것이다.

■구인난에 기업체 도산하는 일본

경쟁 기업 간 공동 운송망을 구축하는 일도 늘고 있다. 예컨대 아사히와 기린, 산토리, 삿포로 등 일본 4대 맥주업체들은 지난해부터 홋카이도와 간사이, 주고쿠 등에서 공동 화물열차를 이용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기업들로선 먼 나라 얘기로 들릴 뿐이다.

한국 현실을 보자. 우울하게도 우리는 3분기 실업자가 106만명이다. 2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던 외환위기 이후 첫 1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외환위기의 후폭풍에 시달리던 1999년 133만2천명을 기록한 이후 가장 많다. 100만명을 넘은 것도 19년 만에 처음이다. 고용률 하락폭은 분기 기준으로 8년여 만에 가장 크다. 3분기 고용률은 61.1%로서 1년 전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1∼9월 실업률도 4.0%로 2001년(4.2%)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실업 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욱 심각하게 봐야 할 대목은 10.0%를 바라보는 청년 실업률이다. 1년 전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사회에 첫발도 디디지 못하는 '청춘들의 좌절'은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청년 실업률 10%대 시대'가 고착되는 양상이다. '청년 10명 중 두 명 꼴 실업'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취업·고시 준비생, 구직 단념자를 합한 실질 청년실업률은 2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보다 더 걱정인 것은 이 같은 상황에 둔감해져 더 이상 위기감을 갖지 않게 되는 것이다. 청년실업은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서 근본적인 해법이 없다는 식의 태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이다. 다른 어디보다 대책 마련에 큰 책임이 있는 정부가 혹여 그같이 안이한 시각을 갖고 있지는 않는지 저어되는 대목이다.

■청년고용률 향상에 정책 우선을

정부는 고용의 질 악화를 무릅쓰고 단기 일자리 확대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보여주기 식 일자리 대책이라는 여론의 비판이 거세다. 청와대가 일자리 실적 등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뒤 필요하지도 않은 '단기 일자리' 짜내기가 봇물을 이룬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는 역에서 승객의 짐을 들어주고 안내하는 일자리 100여개를 만들기로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970여명을 뽑아 한 달간 고속도로 주변을 청소하는 일을 시키기로 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초단기 일자리 창출 대책이어서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청년 고용률 향상에 정부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겠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기존의 청년 고용 정책으로는 결코 실업 해소라는 국정과제를 풀 수 없다. 청년실업률이 꺾이지 않는 근저에는 경제난이 도사리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는 저성장 복합불황기에 좋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정책은 하나를 추진해도 장기적으로 작동 가능하고, 시장친화적인 것이어야 한다.

경제 활성화에서 일자리는 뒤따른다. 그게 바로 정부 역할이다. 대기업의 고용분담률은 11%에 그치고, 대부분은 중견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 해법은 대기업 일변도에서 탈피해 중견중소기업이나 벤처창업 육성과 내수 활성화 등에서 찾는 게 마땅하다. 고용 창출을 위해 정부와 기업, 노조가 힘을 합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자. 우리나라에서도 '풍년아사'라는 말이 나왔으면 한다. 청년들이 꿈꾸어야 우리 미래가 밝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종택 주필 resembletree@dtoday.co.kr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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