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근본 패러다임 변화가 시급하다. 우리 경제에 경보음이 연신 울리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와 조선산업은 흔들린 지 오래됐고, 잘 나가는 반도체는 중국의 추격세가 매섭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이끌 '교체선수'가 없어 신산업은 실종되는 현실이다.

이러니 한국 성장률은 해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어두운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는 게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2.7%로 하향 전망했다. 지난해(3.1%)보다 0.4%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18년 아시아 역내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9%로 낮췄다.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 등에 따른 수출 감소가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내년 성장률도 2.9%에서 2.8%로 내렸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7%로 기존 대비 0.3%포인트 낮춘바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 역시 3.0%에서 2.8%로 내려 잡았다. 골드만 삭스, 노무라, UBS 등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당초 3%로 예상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 2.8%, 2.9%로 하향 제시했다.

우리 경제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주된 이유로는 30년째 반도체를 앞세운 전자와 자동차·조선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꼽을 수 있다. 더구나 이들 주력산업이 휘청이는 가운데 넘치는 규제에 신산업마저 자리를 잡지 못하면 한국의 성장 사다리 자체가 무너진다는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설상가상 노사관계 경직성이 조기 해결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내놓은 국가경쟁력 지표를 보면 한국은 140개국 가운데 종합 15위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대비 2계단 상승했기에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만족스럽다 하기도 어렵다. WEF는 특히 한국 노동시장을 73위로 낮게 평가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의 강력한 기득권을 깨뜨리지 못한 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하며 노동시장은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다. 정리해고 비용(114위)과 노사협력(124위) 등은 바닥인 게 뒷받침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고용보호 완화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확대 등 구조개혁을 10년 안에만 시행하면 연평균 잠재성장률을 0.6%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 현재로선 기대에 불과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올해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평가에서 노동시장 효율성은 63개국 중 53위에 그치면서 종합 순위(27위)를 끌어내렸다. 과도한 독과점 수준, 서비스업계 경쟁 제한, 왜곡된 보조금 영향 등도 국가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규제가 부른 경쟁력 저하이기에 규제 혁파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구조개혁으로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지 않으면 성장률을 높일 수 없음을 직시해야겠다. 무엇보다 '산업의 뿌리'인 제조업 회생에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길 기대한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세계 경제 호황과 수출에 기대 그나마 현재 수준의 성장을 유지했는데 이젠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불안 등 앞날은 가시밭길뿐이다. 소득주도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구조개혁과 기업혁신으로 돌리는 게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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