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가을 분양 성수기임에도 부동산 시장은 사실상 소강상태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분양 일정이 줄줄이 연기된 탓이다. 당초 올 초부터 기대를 모은 서울 강남과 청량리 등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재건축 조합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 간 분양가 협의에 진통을 겪고 있다.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HUG는 새 청약 제도가 시행되는 다음 달 말 이후로 공급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지난 12일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후속 조치로 아파트 신규 분양의 추첨제 물량 중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물량의 75%를 우선 공급하고 분양권이나 입주권 소유자는 무주택자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청약제도 변경은 입법 예고기간을 거쳐 11월 말 시행할 예정이다.

계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무주택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을 특수를 놓친 건설업계는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분양이 가능해지는 12월은 전통적인 겨울 분양 비수기로 꼽히는데 연내 무리하게 분양 물량을 털어내기보다는 내년으로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어떻게 건설업계를 통제할 수 있을까. 국토부는 산하기관 HUG의 분양보증 제도를 통해 아파트 분양가격을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선분양 구조상 HUG에서 발급하는 분양보증서를 받지 못하면 사실상 분양이 불가능하다. 분양가 통제권을 거머쥔 HUG의 허가 없이는 어떤 건설사라도 분양을 못 하는 셈이다. HUG의 시장 개입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해마다 나오는 이유다.

집값 안정을 위해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정부의 취지는 백번 공감한다. 하지만 되레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로또 아파트'가 단적인 예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데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공급하다 보니 청약 과열을 좌초할 수 밖에 없다.

HUG가 분양보증이라는 무기를 휘두르자 건설사들이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분양보증을 내주는 기관이 HUG가 유일하기 때문에 과도한 시장 개입이 가능한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규제를 내놓고 있지만, 분양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시장 경제에 어긋난다. 아무리 분양가를 낮게 유도한다 해도 시장 논리에 맞게 아파트 가격이 형성될 것이다. 한마디로 집값도 못 잡고 시장 안정도 못 챙기는 이도 저도 아닌 '공염불(空念佛)'에 그칠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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