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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결혼을 강요하기 전에
  • 임현지 기자
  • 승인 2018.10.23 17:20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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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사계절 중 봄과 가을은 결혼의 계절이다. 10월이 되자 갑분결(갑자기 분위기 결혼)이다. 관련 서비스와 혼수용품 홍보 자료가 쏟아져 나온다. '결혼은 언제 하니?'가 추석 연휴에 하지 말아야 할 잔소리 1위에 등극한지 고작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세상은 온통 행복한 결혼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 바쁘다.

하지만 웨딩업계의 바람과는 다르게 혼인율과 출산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조혼인율(1천명당 혼인 건수)은 지난해 기준 5.2명이다. 이는 지난 2011년 6.5명 이후 꾸준히 줄어들어 현재 가장 낮은 수치다.

자연스럽게 출산율도 줄어들었다. 연도별 출생아 수를 살펴보면 2012년(48만5천명)부터 지속 감소해 지난해 35만7천명을 기록했다. 소폭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2016년 약 3만명이 훅 줄어들더니, 지난해 5만명 가까이 대폭 감소했다. 최근 들어 더욱 아이를 낳지 않게 된 것이다.

결혼과 출산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모두 입을 모아 막대한 혼인 비용과 달라지는 라이프스타일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성의 경력단절과 기혼자에 대한 차별 역시 긴밀한 영향을 끼친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결혼과 직장생활에 대한 생각'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명 중 4명(38%)은 '결혼이 직장생활에 방해된다'고 응답했는데, 여성은 54.2%가 그렇다고 답변한 반면 남성은 15.1%만 응답해 성별 간 인식 차이를 보였다.

여성들이 결혼이 직장생활에 방해된다고 생각한 이유는 '가사 및 육아에 신경 써야 해서(76.5%·복수응답)'가 1위로 꼽혔다. '경력단절이 생길 수 있어서(61.3%)', '직장에서 기혼자에 대한 배려가 없어서(40.4%)',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워서(24.3%)' 등의 응답도 이어졌다.

'기혼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받은 차별'이 있는지에 대해서 남성은 3.7%만 '있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10배 이상인 36.6%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출산·육아 휴가 사용 어려움', '임신·출산으로 퇴사 압박', '승진 누락', '불공정한 업무 배분' 등의 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에 '결혼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여성비율은 86.4%로 남성(69.1%)보다 높았다.

혼인율과 출산율 등을 조사하다 보니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혼인율 자료에는 항상 여성의 높아진 초혼연령 자료가 덧붙여지고, 합계출산율을 따질 때는 가임기 여성을 기준으로 책정한다는 것이다.

숫자를 셀 때 왜 여성의 자료만을 활용하는 것일까. 낮아지는 혼인율과 출산율이 마치 "여성이 결혼을 늦게 해서, 가임기간에 고작 한 명만 낳아서"라고 하는 것 같지 않은가. 여성과 남성 모두 결혼을 하는 당사자이자 임신의 주체인데 말이다.

성별의 특수성으로 아이를 보살펴야하는 역할에 여성이 더 적합한 것은 맞다. 그러나 기혼자라는 이유로 받는 사회적 차별과 경력단절 등은 여성과 결혼·출산을 더 멀어지게 만든다.

결혼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하는 것이다. '결혼은 선택사항'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이 늘어날수록 남성 역시 결혼하기 힘들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기 전에 사회에서 받는 차별적 요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줄 순 없을까. 그렇다면 더 이상 결혼을 강요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명절 잔소리 순위에도 변동이 생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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