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31일 삼바 '고의 분식 회계' 여부 판가름
시민단체, "이재용 경영권 승계 위해 회계 기준 변경"
삼성, "고의 분식 이유·실익 없다....외부 검증 받아"
이재용 부회장 재판 결과에도 영향 예상

▲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사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 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논란으로 뜨겁다. 지난 8월 초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도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삼성이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혀 더욱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 2016년부터 불거진 고의 분식회계 논란으로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우고 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최종 결론을 남겨두고 있다. 그 결론에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 구도, 현재 진행중인 3심 재판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분기(개별 기준) 매출액 1천10억6천600만원, 영업이익 104억6천500만원, 당기 순손실 301억4천200만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70%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48.87% 하락했다. 당기 순손실은 지난해에 이어 계속 적자를 이어갔다.

실적 하락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분기 공장 가동률 하락과 제품의 고객 인도 시점 차이로 전분기 대비 243억원이 감소됐다"며 "영업 이익도 공장 가동률 하락에 따른 원가율 상승 및 판관비 증가로 전분기 대비 132억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단기적인 실적하락보다 오는 31일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 쏠려 있다. 이 자리에서 증선위는 지난 3개월간 진행된 금융감독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 결과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9일 김용범 증선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은 "시장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해 줄 필요성 등을 고려해 해당 안건(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에 대한 감리위원회 심의를 생략하고 31일 개최 예정인 증선위에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증선위원장이 긴급한 처리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감리위 심의를 생략할 수 있다. 정치권 또한 국정감사를 통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재감리를 조속히 마무리지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지난 2016년 12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시민단체 참여연대 등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본격 공론화됐다. 같은해 11월 코스피에 상장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011년 설립된 이후 계속 적자상태에 있다가 상장 전해인 2015년 1조9천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초우량 기업으로 변신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91.2%를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기존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해 이전 장부가액 대신 공정가액으로 회계방식을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사로 삼성측은 바이오에피스를 기존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에 대해 "미국 바이오젠이 지분 50%-1주를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져 '지배력(회사의 경영의사 결정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 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는 4조8천억원으로 평가됐고 재무제표에는 2조7천억원의 평가이익이 반영됐다. 이전처럼 장부가액으로 회계처리를 했다면 2천100여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상장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삼성이 바이오젠에 콜옵션을 부여한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이렇게 회계 변경을 하게 된 배경 원인으로 지난 2015년 추진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꼽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의 평가액이 높아져야 제일모직 지분이 많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해졌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회계처리가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업가치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에 착수했고 지난 5월 이를 '고의적인 분식회계'라고 판단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외부감사인 삼정·안진회계법인에 조치사전통지서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의로 회계를 조작해야 할 동기도, 이로 인한 실익도 전혀 없다"며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주요 회계법인의 철저한 외부감사와 자문을 받았기 때문에 삼정과 안진 등 회계법인도 문제없다고 판단해 '적정' 의견을 냈다"고 반박했다.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안이 포함된 감리 결과를 받은 증선위는 지난 7월 이를 심의하고 콜옵션 공시 누락 부분에 대해 ▲담당 임원 해임권고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금감원 특별감리의 핵심 쟁점이었던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계회사로의 전환을 통한 회계변경의 고의 분식성 여부에 대해선 "행정조치를 위한 명확성과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판단을 보류하고 금감원에 재감리를 명령했다.

지난 3개월간 재감리를 진행한 금감원은 19일 금융위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판단해 처리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2~2014년 회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당초 결론을 고수한 상태로 재감리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조만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외부감시인에게도 재감리에 따른 제재 조치안을 통보할 예정이다.

오는 31일 열리는 증선위에서 처음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회사로 분류해야 한다는 금감원 판단이 유지될 경우 2012~2014년 재무제표에 대한 대규모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시장에서는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자본의 2.5%를 넘으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 만큼 거래정지 등 제한 조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회계사)은 25일 일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금감원이 1차 감리에 대한 증선위원들의 지적을 반영해 재감리를 실시했기에 재감리 결과에 대해 증선위원들도 동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의 분식 회계의 이유로 이미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어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장폐지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회계의 진실성을 믿고 투자한 소액 투자자들은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대주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이 모든 과정이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두고 추진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까지 연결됐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이 부회장의 3심 재판결과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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