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재취업자, 91회 청사 방문…SKT-CJ헬로비전 합병 저지 로비 의심돼
유동수 의원, "재취업 17명 퇴직 후 공정위 224회 출입…단순 '인사 방문' 기록 비상식적"

▲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계양갑)은 공정위로부터 받은 취업 알선 재취업자의 공정위 출입기록을 토대로 이들 전직 공정위 근무자 17명이 재취업한 소속사를 위해 로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유동수 의원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직적 취업 알선으로 대기업에 재취업한 전직 공정위 근무자 17명이 청사에 빈번히 출입하며 상임위원 등 현직 직원을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 면담 기록에는 단순 '인사 방문'으로 적시됐지만 전직자들이 재취업한 소속사를 위해 로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계양갑)은 공정위로부터 받은 취업 알선 재취업자의 공정위 출입기록을 토대로 이같이 주장했다. 특히 KT 재취업자의 방문이 전체 방문 횟수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시 통신업계의 쟁점이었던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저지 로비 활동과의 관련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검찰은 공정위 퇴직자 불법 취업 등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총 17명의 퇴직자가 조직적인 취업 알선으로 대기업에 재취업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기아자동차 ▲롯데쇼핑 ▲롯데제과 ▲삼성물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신세계페이먼츠 ▲CJ텔레닉스 ▲LG경영개발원(2명) ▲GS리테일 ▲KT ▲포스코건설 ▲하이트진로 ▲현대건설 ▲현대백화점 등에 재취업했다.

이 17명이 취업 뒤부터 검찰의 압수수색이 벌어진 지난 6월까지 공정위 청사에 출입한 횟수는 총 224회였다. 특히 KT 재취업자는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세종 청사와 서울사무소, 대전사무소 등을 총 91회 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의원은 이 재취업자가 2015∼2016년 공정위에 19번 방문하는 등 집중적으로 출입한 점에 주목했다. 당시 공정위는 KT의 경쟁사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을 심사하고 있었다. 이 재취업자는 평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임위원을 5차례 만났고 합병 관련 업무를 하는 ▲기업결합과 ▲경제분석과 ▲심판총괄과 ▲소비자심판과 등도 방문했다. 공정위는 결국 2016년 7월 이 합병이 통신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해 불허했다. 유 의원은 KT 재취업자의 방문이 경쟁사의 합병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이 재취업자는 올해 5월 28일 같은 회사 부사장과 전무, 상무 등 3명과 동행해 공정위를 방문, 상임위원과 1시간 30분간 면담했다"며 "상임위원은 '접촉보고서'에 단순 '안부인사'라고 방문목적을 적시했지만 이보다 앞서 지난 3월 하순 우정사업본부 등에 통신회선을 공급하며 입찰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위가 KT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한 점과 연계했을 때 이렇게 적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의 조직적 도움으로 대기업에 재취업한 17명이 할 일이 없어서 또는 안부 인사차 224회에 걸쳐 공정위를 방문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대기업 재취업자들이 공정위에 출입한 시기 해당 기업의 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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