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기업과 경영자가 '해야 할 목록' 보다 '그만둬야 할 목록'이 훨씬 더 중요하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이자 경영사상가 짐 콜린스의 명언이다. 교촌치킨은 결식아동을 돕고 독도 관련 행사를 진행하는 등 아름다운 사회 공헌 활동을 펼쳐온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다. 하지만 경영자가 그만둬야 할 목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현재 불매운동의 당사자가 됐다.

K-POP 스타들도 유튜브에서 150만 뷰 기록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그 어려운 걸 교촌치킨 권 모 상무가 해냈다. 조선비즈가 지난 25일 공개한 CCTV 영상 속엔 권 상무가 직원으로 보이는 다수를 밀치고 멱살을 잡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한 명도 아닌 네 명의 직원에게 위협을 가하는 그의 분노는 마치 방금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다.

권 상무는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의 6촌 지간이자 교촌치킨의 신사업본부장이다. 그는 3년 전 해당 폭행 사건이 문제가 돼 퇴사했다가 1년 만에 상무 직함을 달고 승진 복귀했다. 회장 일가라는 특수 관계로 불공정하게 복귀하는 것도 모자라, 이후에도 폭력과 보복 인사 등 갑질을 일삼은 그의 행실은 결국 세상 밖으로 알려지게 됐다.

CCTV 공개 당일 교촌치킨 측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권 상무를 다시 퇴사조치했다. 그러나 대중들의 분노는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IPO) 심사를 위한 기업 공개 시 윤리의식을 기준으로 삼는 만큼 교촌에프앤비의 상장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수수료와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상승 등으로 생존권 보장을 호소하는 가맹점주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오너 리스크로 인한 가맹점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맹사업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명 '호식이 법'이 생겨났다. 이 법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지만 연말이 다가오는 현재 시점에 교촌치킨이 첫 적용 사례가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추측이다. 하지만 이번엔 진짜 불매운동의 무서움을 보여줘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분노가 식지 않는 만큼 가맹점의 매출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너의 갑질과 이에 불매운동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기업과 임원, 직원, 소비자 모두가 '기업은 오너의 사유재산'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기업은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다. 특히 프랜차이즈는 본사와 가맹점이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야 하는 공생관계다.

불매운동으로는 본사에게 영향을 끼치기도 전에 가맹점주의 피를 말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오너의 부도덕한 행실이 발견됐을 시 엄중 처벌은 물론 경영 복귀도 어렵도록 근본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거래 공정화 관련 법률도 해당 범위를 넓히고, 물의를 일으킨 본사가 먼저 나서 가맹점에게 보상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그 어떤 사회 공헌보다 중요한 기업과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