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당시 공시지가 '수상한' 급등락…
시민단체 "'고무줄 산정' 뒤엔 이재용 경영권 승계 관련성"
국감서 공개 국토부 보고서도 "외압 의혹 판단"…수사 의뢰

▲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현황. 자료=국토교통부 국정감사자료(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급등 의혹 조사결과 보고), 그래픽=강혜희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공시지가(公示地價)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조사·평가해 공시한 표준지의 단위면적당 가격을 일컫는 말이다. 양도세·상속세·증여세·개발부담금·택지초과소유부담금 등 각종 토지 관련 세금·부담금의 부과기준이 되고 토지보상금 등 각종 보상금의 산정기준이 된다. 공시된 지가에 이의가 있는 토지소유자는 공시일로부터 60일 이내 국토부 장관에게 서면으로 이의 신청할 수 있다. 구체적인 토지의 지리적 위치· 지상 구조물 배치 여부·개발 가능성 등 시장 환경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해 실거래가격인 시가(時價)와 차이가 있지만 국가 과세 행정의 기초 자료가 되는 만큼 엄격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결정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특정한 시기별로 공시지가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땅이 있어 논란이다. 옛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가 보유한 경기도 용인 토지가 바로 그렇다. 지난 2015년 이 땅을 소유한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에서 사명 변경)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앞두고서는 급등세를 보이다가 합병이 끝난 시점에는 다시 하락세를 보여 그 배경에 의혹이 크다. 삼성은 자신들과 무관한 우연한 일로 일축하는 가운데 시민단체에서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의 관련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은 용인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를 대폭 상승시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영향을 줬다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의혹제기와 관련해 국토부가 진행한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급등 의혹 조사결과'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표준지 감정평가사에 자문역할을 하는 특별부동산위원장 A씨는 가격균형협의회 회의에서 평가 실무를 맡은 B평가사에게 에버랜드 가격상향을 위한 조치계획을 보고하도록 하는 등 에버랜드 가격상향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 2014년 10월 열린 실무협의회에서 "현재의 표준지 공시지가가 낮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타계시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가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며 표준지를 재검토해 공시지가를 올리자고 제안했다.

이에 B씨는 관할 지자체인 용인시와의 협의도 없이 자의적으로 표준지를 교체하고 확정한 후 재심사도 없이 표준지를 임의 추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대 370%까지 지가를 상승시켜 결정했다. 국토부가 표준지의 가격을 정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그 값을 토대로 개별공시지가를 정하기 때문에 표준지 선정은 엄격한 절차와 관리지침을 따라야 한다.

또한 표준지 공시지가의 실거래가반영률을 단계적으로 제고한다는 계획을 밝혀 놓고 정작 7개 필지 가운데 6개 필지는 대폭 상승시키고 1개 필지는 전년도보다도 낮게 평가해 평가의 일관성을 해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과정을 거친 결과 이 에버랜드 땅의 2015년 표준지 공시지가 총액은 전년(6천52억원) 대비 31% 증가한 7천933억원이 됐다.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으로 제일모직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게 되면서 당시 증권사 리포트에서는 이를 반영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자료로 활용됐다. 이는 제일모직 지분 25.1%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던 이재용 부회장이 합병 후 삼성물산 지분을 더 많이 갖도록 도와줬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일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국세청도 아니고 A위원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세금 문제를 언급하며 표준 공시지가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일련의 과정을 보면 특정 감정평가사만의 독단적 행동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부동산분과위원을 비롯해 국토부·한국감정원·용인시 관계자가 함께 2015년 공시지가가 결정되기 전에 에버랜드 사무실을 방문한 점도 의문을 사고 있다.

이듬해에는 더욱 이상한 일이 발견된다. 급등한 땅값이 이번에는 반대로 폭락한 것이다. 2015년에 대폭 상승된 에버랜드 표준지는 2016년에도 추가로 상승됐지만 용인시는 2016년 27개 필지의 개별공시지가를 10분의 1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2015년에는 감정평가사 B씨가 지가가 비싼 에버랜드 내 영업시설(1㎡당 25만원)과 지원시설(1㎡당 16만원)을 표준지로 사용한 반면 2016년에는 용인시 담당 공무원이 가장 저가의 임야표준지(1㎡당 2만3천500원)를 비교 표준지로 정정해 가격을 하락시킨 것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2016년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완료된 이후로 삼성 입장에서는 '합병 합리화'라는 용도를 완수한 뒤여서 구태여 막대한 조세 부담을 감당할 이유가 없었다"며 "에버랜드 공시지가의 급등락은 결국 삼성 총수 일가의 필요에 따라 '이현령 비현령(耳懸鈴 鼻懸鈴·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고무줄 공시지가 산정이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에버랜드 공시지가의 급등락과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연관 지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보고서 또한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평가와 관련한 급격한 상향 추진 동기 ▲표준지 선정 지침위배 ▲평가의 일관성 및 개별공시지가 산정의 신뢰성 훼손 등에 대해 특별부동산위원장 A씨, 담당평가사 B씨와 C씨 등의 진술에 신뢰성이 없고 입증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는 등 외부 청탁이나 압력 지시 등에 따른 의혹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처음에는 "2015년의 경우 최초 잠정 표준지가 상승률이 60%에 달해 국토부에 표준지 공시지가 인하 요청 의견제출서를 제출, 그 결과 22% 상승률로 조정됐으며 2015년 4월과 6월에 걸쳐 용인시에 개별공시지가 의견제출 및 이의신청 민원을 제기해 최종 19% 인상률로 조정됐다"고 반박했으나 관련 의혹을 보도한 일부 언론에 "2015년 공시지가 확정에 대해 국토부와 용인시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안은 지난 4월 국토부가 조사 의뢰해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관계자는 "검찰은 에버랜드 공시지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조사 의뢰한 것을 면밀히 수사해 잘잘못을 가려내야 할 것"이라며 "만약 검찰의 수사가 계속 지지부진할 경우 에버랜드 토지 관련 각종 의혹을 밝히기 위해 국토부·한국감정원·삼성 관계자들을 추가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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