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기댈 곳 없는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우리 경제 곳곳에서 악재가 이어지고 있고, 연구기관들은 어두운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9월 산업활동 동향'에선 경기 동행지수뿐 아니라 생산, 소비 등 대부분의 주요 지표가 한국 경제의 하강 국면 진입 가능성을 가리켰다.

통상 현재의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 동행지수가 6개월 이상 연속 하락하면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간주하는데, 이 수치가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떨어졌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생산의 감소율은 1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소비 감소율도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컸다. 3~6개월 뒤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는 8개월 연속 떨어졌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경기를 떠받치다시피 했던 소비마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 소비가 동시에 악화되면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이 전망하는 내년 2%중반 대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마디로 한국 경제가 고비용·저성장의 늪에 빠져 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는 무엇보다 투자 감소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겠다. 기업이 투자를 해야 자본이 축적되고 생산성도 높아질 텐데, 투자가 전반적으로 줄어들다 보니 잠재성장력 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 부진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을 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 발 인건비 상승을 비롯해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인상, 임대료 상승, 금리 상승 등으로 생산에 투입되는 핵심 요소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며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가 드러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 홀로 떠받쳐온 한국 경제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아픈 지적인 것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펀더멘털은 전혀 이상 없다"는 말만 되뇌고 있어 위기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7년 외환 위기 2년 전에도 당국은 "일부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호황은 1997년까지 지속될 것이다" "펀더멘털은 좋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96년 D램 가격이 1년 만에 81% 폭락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반도체 착시가 가라앉으니 수출이 곤두박질쳤고, 혹독한 환란으로 이어졌잖은가.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2019년도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에 따른 시정연설을 할 예정이다. 정부 경제 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에도 동참해 달라고 요청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는 시장에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철학으로 경제 구조를 고치는 철학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구조개혁과 규제혁파로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지 않으면 성장률을 높일 수 없음을 직시해야겠다. 무엇보다 '산업의 뿌리'인 제조업 회생에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길 기대한다.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호황과 수출에 기대 그나마 현재 수준의 성장을 유지했는데 이젠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불안 등 앞날은 가시밭길뿐이다. 소득주도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구조개혁과 기업혁신으로 전환, 경제 활로를 찾는 기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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