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진기자

[일간투데이 최유진 기자] 국내 영화 산업이 연속된 흥행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100억 대 제작비를 들인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했다. 하지만 그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안시성'뿐이었다. 안시성 역시 가까스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체면만 지켰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영화 산업의 부진과 관련해 '스크린 독점' 문제를 거론했다. 기존에 인기가 있고 팬층이 두꺼운 마블 코믹스 영화나 유명 배급사에서 배급하거나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만 상영관을 과하게 많이 여는 등 스크린을 독점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스크린 독점이 죄일까?

영화관은 기부단체가 아니다. 엄밀히 문화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다. 기업들이 돈 되는 영화에 많은 상영관을 여는 것이 문제일까? 대한민국은 국내 영화 산업의 부진으로 독특하게 '스크린 쿼터제'를 도입했다. 영화관에서 일정 개수의 국내 영화를 무조건 상영해야 하는 법률적 규제다.

영화업계에서 그렇게도 원했던 스크린 쿼터제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영화들의 성적은 그저 그런 정도다. 실정은 막상 영화를 보려고 하면 눈에 들어오는 영화가 없다. 과거보다 문화 의식도 개선돼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는 현대에서도 영화계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영화관만을 탓하는 중이다.

영화계 지적을 받아들여 예술영화, 독립영화계에도 스크린쿼터제를 도입한다고 가정한다면 그 피해를 보는 것은 고스란히 관객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지도 못하면서 비싼 돈을 내고 대중에게 영화를 봐달라고 투정만 하는 꼴이다.

영화 '원스'는 국내에서만 20만 명을 넘긴 흥행작이었지만 이 역시 유명 배우 한 명 등장하지 않는 독립영화였다. 대략 300만 명 가까운 관객 수를 기록한 '워낭소리' 역시 독립영화다. 독립영화라고 해서 흥행을 못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영화 관람료 1만 원 시대에 관객은 비싼 돈을 지불하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를 관람할 자격이 있다. 타율 좋은 투수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나쁜 '버릇'을 찾아내고 개선해야만 한다.

국내 영화계가 발전을 이룩하려면 흥행만 원하는 나쁜 '버릇'을 고치고 좋은 콘텐츠로 맞서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2019년 2월 마블 코믹스의 '캡틴 마블'이 개봉을 예정했고 엑스맨 시리즈 '엑스맨: 다크 피닉스'도 같은 달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국내 영화계는 겁쟁이처럼 숨어 벌벌 떨고만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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