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예상 회계 변경' 기존 주장 배치 문건 공개
자본잠식 등 경영위험 피하려 고의 회계기준 변경 내부 검토 정황

▲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 등 경영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했다는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또한 회계처리 기준 변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되는 단서도 나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사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 등 경영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했다는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또한 회계처리 기준 변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되는 단서도 나왔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신약 개발에 따른 '가치 상승'으로 인해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야했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해왔다.

2일 '한겨레'는 자체 입수한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을 토대로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기준을 변경해 4조8천86억원의 회계상의 이익을 얻은 것과 관련해 대외적인 해명과 다르게 내부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 문건은 삼성바이오 재경팀에 의해 지난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발표된 뒤 기말결산 직전인 11월까지 작성됐다.

한겨레가 밝힌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에 따르면 "콜옵션 행사 가능성 확대로 1조8천억원의 부채 및 평가손실 반영으로 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을 예상한다"며 "자본잠식시 기존 차입금 상환 및 신규 차입, 상장 불가" 상황에 처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부채가 9천억원 증가하고 지분을 가진 삼성전자는 3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계산했다. 지난 2012~2013년 투자자들에게 공시하지 않았던 콜옵션을 공개함에 따라 회사가 경영상의 위기에 빠지고 모회사에도 손실을 끼치게 된다는 내부 분석이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는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기준을 변경한 것과 관련해 자사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개발 성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이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해 에피스 지분을 50%까지 확보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문건에는 "회계법인은 삼성물산 합병 시 바이오 사업가치 평가와 관련해 바이오젠사의 콜옵션에 대해 부채 및 손실 반영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요구"·"통합 삼성물산은 9월 합병 시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 사업가치를 6조9천억원으로 평가해 장부에 반영" 등의 문구가 발견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나오도록 바이오 사업가치를 산정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합병 과정에서 회계법인이 이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6조9천억원으로 산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받았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회계처리 기준 변경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는 무관하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한편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달 31일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고의성 여부를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이번달 14일 다시 정례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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