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본령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방통위는 지상파 TV 중간광고 허용, 가상·간접광고(PPL) 시간 확대, 협찬 관련 규정 신설 등을 골자로 한 방송광고제도 개선안을 9일 발표한 것이다. 광고 매출 감소 등 재정이 악화된 지상파 방송사들의 콘텐츠 투자 재원 및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중간광고 도입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순서가 틀렸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방만 경영, 고임금 등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겠다는 자구 노력과 계획을 국민에게 먼저 약속한 뒤 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게 순리다. 예컨대 KBS 전체 직원 4천596명 가운데 60%인 2천759명이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KBS의 전체 7직급 중 간부급 이상 상위직 비율이 70%를 넘은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전 직원의 간부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니 상위직 중 상당수가 무보직으로 전세금 대출 업무 같은 평직원 일을 하고 있다는 비아냥마저 듣고 있잖은가.

이런 기형적 고비용 구조를 갖고 있는 방송사는 세계에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이 낸 수신료의 가치를 몰각한 행태다. KBS의 부채는 지난해 6천억원을 넘었다. 또 다른 공영방송 MBC의 방만도 도가 지나치다. 올해 상반기 536억원 적자를 냈고 연말엔 적자 규모가 1천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MBC의 도덕적 해이도 KBS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영이 엉망이 되는데도 출연자에게 지나친 출연료를 준다고 노조가 항의할 정도다.

양사의 단적 사례를 보자. KBS1 '오늘밤 김제동'의 김제동씨의 출연료는 회당 350만원이라고 한다. 월~목 진행하므로 한 주에 1천400만원, 한 달에 5천600만원, 연 7억원 정도다. MBC도 비슷하다. '스트레이트'의 주진우 기자에게 회당 600만원을 출연료로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연 3억 1천200만원이다. 지방 MBC 사장의 연봉보다도 높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매출 감소를 이유로 중간광고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전체 방송 매출은 지난 2011년 3조 9천145억원에서 2016년 3조 9천987억원으로 오히려 842억원 증가했다. MBC 1조 5천710억원, KBS 5천167억원, SBS 4천239억원 등 3사(社)가 쌓아놓고 있는 이익 잉여금만도 2조 5천116억원에 이른다. KBS는 연간 6천억원이 넘는 수신료까지 받고 있다. 여기에 중간광고마저 허용될 경우 지상파 3사는 연간 1천억원대 광고 수입 증가가 예상돼 '포만감'에 젖어들 정도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재정 악화 원인이 고임금 구조 등 비용 측면에서 발생했음을 직시, 방만 경영 개선 등 자구노력을 선행토록 지도 감독하는 데 힘쓰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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