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조사 자료는 시사하는 바 크다.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기업 112곳을 상대로 제도 시행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기업들은 이 제도로 가장 애로를 많이 겪을 부서로 생산현장인 공장을 꼽았다. 응답한 기업의 55.4%(62곳)는 근로시간 단축이 영업이익 등 전반적인 경영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애로사항으로 '근로시간 단축으로 축소된 임금에 대한 노조의 보전 요구'(35.7%), '생산성 향상 과정에서 노사 간 의견 충돌'(35.7%), '계절적 요인 등 외부 수요 변화에 따른 생산조절 능력 저하'(29.5%), '종업원 추가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28.6%) 등의 순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도 열악한 재정의 중소기업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중소기업들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려면 인력을 10~30% 정도 더 뽑아야 하지만 채용 확대가 쉽지 않다. 노동관련법과 규정에 따라 한 번 뽑으면 해고 등이 힘들다. '고용 유연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막는 대안은 유연근무제와 탄력근무제 확대 등 제도적 뒷받침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특정 단위 기간에 평균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필요하면 추가 근무를 허용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이 2주(취업규칙) 또는 3개월(서면 합의)로 다른 선진국보다 짧다. 이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이 납품 기한을 지키기 어렵다며 애로를 호소하는 현실이다. 민노총의 반대가 명분 없음을 뒷받침한다.
한국 경제는 경직된 노동시장 문제를 풀지 않곤 한 발도 나아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제조업과 수출 주력산업들이 줄줄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정규직 과보호와 비정규직 양산, 전근대적 임금구조, 고용의 경직성 등을 그대로 두고 선진국 진입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당국은 노사정 대화를 원칙으로 하되 민노총의 불법 파업에 대해선 엄정대처하길 촉구한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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