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하방 압력과 불투명한 한반도 안보 상황 현실에서 국내 정치 안정은 안팎의 어려움을 여는 활로가 된다. 필요불가결한 요건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와 국회 여야 원내 사령탑이 모여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를 개최, 국민에게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신뢰를 쌓게 했다. 협치(協治)의 출발이었다.

그런데 여야정협의체가 열흘도 안 돼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다. 협치 파열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어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과 정부 기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여권이 수용하지 않은 데 따른 야당 반발이 거센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13일 야당의 최소한 요구마저 거부될 경우 정상적인 국회 일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나섰다. 모처럼 소통과 협치가 실현되는 가 싶었는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무위에 그칠까 우려된다.

야당의 주장은 확고하다. 장관 인사 검증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을 해임하고, 청년들을 절망시키고 있는 고용세습과 채용비리에 대한 국조를 즉각 수용하는 수준의 여권의 결단이 협치의 길을 다시 여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명분 없는 몽니’로 여야 합의가 무산된 과거 사례를 이번에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는 형국이어서 정국 경색이 깊어질 조짐이다.

여야 간 갈등 심화는 '힘 있는' 여권에 책임이 더 크다. 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어떤 야당과도 협치를 하겠다. 자유한국당도 예외가 아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국회 113석의 제1야당을 건너뛸 방법은 없다. 국정 성공을 위해서는 좋든 싫든 원만한 여야관계 형성에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도덕성이 결여된 기준 미달 장관들을 인사청문회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하거나 자질 부족의 낙하산을 무차별 투척하는 행태는 지지층조차 등을 돌리게 만든다.

사실 유 교육부총리는 아들 병역 면제 의혹과 딸 학교를 위한 위장전입, 배우자 회사 직원 비서 채용 외에 정치자금 사용 명세를 허위 신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정치자금 문제는 휴일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고 거짓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전문성도 내세울 게 없는 데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게 되면 임기 1년여의 '경력 관리용' 장관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모든 의혹이 해명됐다"며 임명을 강행했던 것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도덕성과 위법성 의혹이 심각하다. 조 후보는 두 살 된 손자 명의의 정기예금 1천880만 원, 매월 6만 원과 30만 원씩 불입하는 주택청약예금 및 정기적금에 대한 문제점 지적에 "차비를 모은 것"이라고 했다. 누가 합당한 해명으로 생각하겠는가.

여야 협치는 상대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된다. 여권은 좀 더 낮은 자세로 야당 의견을 귀담아 듣고, 야당 또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이 시점 입법과 예산 심의에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게 큰 정치일 것이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민생을 위한 길에는 머리를 맞대는 대승적 결단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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