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수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리스크 애널리틱스(Risk Analytics) 담당 이사
■ 빅데이터 분석 – 월마트의 맥주와 기저귀

월마트의 ‘맥주와 기저귀’ 이야기는 ‘데이터마이닝’ 기법을 활용한 고객 데이터 분석의 성공사례로 유명하다. 월마트는 고객 장바구니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늘어놨을 때 이들 간의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영수증 데이터를 분석했다.

월마트는 분석 과정에서 20~30대 젊은 남성들이 기저귀를 살 때 맥주를 같이 구매하는 비중이 높은 패턴을 발견했다. 어린 아이가 있는 젊은 남성의 구매 패턴을 눈치 챈 월마트는 기저귀와 맥주를 같은 구역에 진열하는 실험을 했고, ‘상품조합(Product Mix)’ 프로모션을 진행한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고객 영수증 데이터 속에 숨어 있는 특징을 찾음으로써 상품 간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최적의 ‘상품조합(Product Mix)’을 통해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었다.

2004년 8월, 미국 플로리다에는 허리케인 ‘프랜시스’가 상륙하고 있었다. 월마트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매출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허리케인 상륙이 예상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시작했다. 그 결과, 허리케인이 상륙하는 시기에 맥주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패턴이 발견됐고, 동시에 ‘켈로그(Kellogg)社’의 ‘팝타르트(딸기가 들어간 과자)’ 매출도 약 7배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추가로 ‘휴대용 랜턴’ 매출도 급증하는 패턴을 보였다. 월마트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허리케인 ‘프랜시스’가 상륙하는 플로리다 점포들의 맥주, 팝타르트, 휴대용 랜턴 재고를 전략적으로 대폭 늘렸다. 월마트의 예상은 적중했고 매출은 증가했다. 월마트는 판매량 증가가 예상되는 상품의 안전재고량을 일시적으로 상향조정하고, 상관관계가 높은 상품끼리 매장 내 배치를 하거나 맞춤형 프로모션 전략을 실행함으로써 허리케인이라는 큰 변수를 극복할 수 있었다.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인 스타벅스는 모바일 주문 결제 시스템으로 ‘사이렌오더’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는 사이렌오더를 통해 수집된 고객정보와 매출정보를 분석해 고객 맞춤형 프로모션 정보를 푸쉬 알림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또한 스타벅스는 고객별 최근 구매 이력을 분석해서 시간대별 맞춤형 상품을 추천한다.

예를 들면, 출근 시간대에는 아메리카노와 간단한 샌드위치와 같은 푸드 메뉴를 추천하고, 저녁 시간에는 고객이 이미 충분히 커피를 많이 마셨을 것을 고려해 커피가 아닌 음료를 추천한다. 스타벅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객의 매출정보 분석에 더해 매장별 상권정보, 날씨 정보 등을 접목해 매출 최적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데이터에서 기회를 찾는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숨어 있던 매출을 올리고, 고객에게매력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지갑을 열도록 유도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데이터가 곧 돈이 되는 시대가 되면서 데이터가 갖는 가치에 대해 이해하고 집중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빅데이터 분석 – 도어 부스터를 찾아라!

매년 11월 11일이면 중국에서는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라 불리는 독신자의 날인 ‘광군제(光棍節)’가 열린다. 지난해 ‘광군제’에서 단 하루만에 알리바바가 올린 매출은 1,684억위안(한화 27조 3767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하루만에 2,135억위안(한화 34조 7천억원)의 천문학적 매출 기록을 달성했다. 알리바바는 올해 단 하루 동안 진행되는 ‘광군제’를 위해 세계 75개 국가, 1만9000개가 넘는 브랜드들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매년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네번째 금요일을 ‘블랙 프라이데이’라 부른다. 이 때부터 연말까지 메가 세일(Mega Sale) 행사가 시작된다. 대부분의 주요 쇼핑몰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60%에서 최대 90%까지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블랙프라이 데이’에 아침부터 매장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매장 문이 열리자 마자 달려가 서로 주먹다짐을 하면서까지 상품을 카트에 담는 장면을 TV를 통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광군제’와 ‘블랙프라이 데이’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매출 극대화를 위해 일명 ‘미끼 상품’이라 불리는 ‘도어 부스터(Doorbuster)’를 활용한다. 앞다투어 달려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할인 폭이 가장 큰 ‘도어 부스터’를 차지하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판매자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매력적인 상품을 ‘도어 부스터’로 정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도어 부스터’는 고객을 끌어 들이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다른 상품 매출 증가로 이어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광군제’나 ‘블랙프라이 데이’에 참여하는 기업들이나 온라인 쇼핑몰은 어느 상품이 ‘도어 부스터’로서 매력적인지 알아내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경기가 둔화되고 내수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게 만드는 다양한 형태의 혁신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함으로써 개인화된 맞춤형 정보 제공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소비를 촉진 할 수 있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 관점이 아닌 잠재된 가치를 더하는 기술이 질 좋은 상품과 접목될 때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다.

침체에 빠진 기업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하고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늘리며, 데이터 애널리틱스를 담당할 인력을 확보해 기업 운영 전반에 데이터 경영이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궁무진한 기회가 담긴 빅데이터 활용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기회를 놓치는 것 또한 리스크의 일종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빅데이터를 통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채수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리스크 애널리틱스(Risk Analytics) 담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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