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경제의 근간(根幹)이다. 제조업은 한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기에 가볍게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런 현실이기에 제조업 부진은 곧 한국경제의 위기로 직결된다.

그럼에도 국내 제조업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8%에 그치고 있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1998년(66.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제조업 가동률은 생산능력 대비 생산량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제조업 생산능력 대비 생산량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가동률 하락세가 특히 우려되는 것은 산업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산업 구조조정으로 생산능력이 줄었음에도 생산이 훨씬 더 부족해 가동률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이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뒷받침이다.

고용은 더 큰 문제다. 경제성장으로 고용이 늘어난 수치를 보여주는 고용 탄성치는 9년 만에 가장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천709만명으로 1년 전보다 6만4천명 증가에 그쳤다.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7월 5천명을 기록한 이후 4개월째 10만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3년 만에 가장 높은 실업률로서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다. '일자리 정부'라는 문재인 정부의 호언이 무색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제언을 귀담아들어야겠다. 박 회장은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하향세에 놓였다며 '중국의 제조 2025'와 같은 새로운 산업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박 회장은 그동안 주효했던 우리의 양적 성장전략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전제,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하향세를 보이고 있기에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이나 중국의 '제조 2025' 같은 산업발전 전략을 만들고 함께 협업해 나가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박 회장이 언급한 중국의 '제조 2025'란 2015년 5월 중국 국무원이 자국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발표한 산업고도화 전략을 말한다. 이 전략은 그간 '양적인 면'에 치중했던 중국의 경제 성장을 혁신역량 육성을 통해 '질적인 면'에서 제조 강대국으로 탈바꿈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한국 제조업의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처럼 전향적인 질적 성장을 위해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산업 정책의 필요성 역설한 것이기에 정부정책으로 수렴하길 기대한다.

제조업 도약의 발판을 강화해야겠다. 제조업이 튼튼해야 산업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것은 선진국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생명공학(BT) 등 4차 산업 혁명시대 유망업종도 그 하드웨어는 제조업에 기반하고 있다. 미래 먹을거리인 4차 산업혁명에 강한 선진국은 제조업과의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산학연이 하나 되고 정부와 정치권이 법적·제도적·재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활력 회복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물론 제조업 활성화와 산업 생태계의 역동성·경쟁력 강화, 규제혁신 등을 병행 추진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글로벌 시대를 이끄는 '리딩 국가'의 필요충분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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