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수기 장부?…비효율적인 외식업 고객관리 "IT로 해결해요"

▲ 지난 9일 서울 대치동 '테이블매니저' 본사에서 최훈민 대표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테이블매니저는 외식업 고객관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돕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4차산업혁명의 파고가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일간투데이는 21세기 혁명적 변화의 핵인 4차산업을 집중 아우르는 독보적 언론의 길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4차산업시대! 인류의 오늘을 '보고' 내일을 '읽고' 혁명을 '쓴다'는 편집기조를 부여잡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본지는 새 기획 '4차산업혁명 K-Pioneer'를 시작한다.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의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갈 국내의 스타트업(Start Up)들을 개별적으로 집중 조명하는 시리즈다. '4차산업 중심 일간지' 일간투데이는 Korea의 앞머리인 K와 개척자 내지 선구자의 의미를 지닌 Pioneer를 결합한 이번 기획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들이 빛을 발하기를 응원한다. <편집자 주>


예약 손님을 위해 자리를 세팅하고 식재료를 마련해 놓았는데 손님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손실은 얼마나 클까. 자주 예약하는 고객을 알아보지 못하고 일반 손님과 똑같이 대한다면 단골을 놓치게 되고 그 또한 손실로 이어진다.

'테이블매니저'는 기존에 수기로 작성해왔던 레스토랑 예약 방식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돕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자주 예약을 하는 단골 고객은 물론,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 고객을 자동으로 분류해준다. 뿐만 아니라 ▲손님 목록 인쇄 ▲고객에게 예약 알림 문자 자동 전송 ▲예약금 관리 등 레스토랑이 쉽고 간편하게 손님을 관리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마련해준다.

최훈민 대표(24)는 테이블매니저를 운영하는 청년 벤처사업가다. 학창시절 컴퓨터를 좋아했던 그는 외식업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완하는데 IT 활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외식업은 독립적인 사업자로 구성돼 있는 만큼 산업 규모에 비해 파편화돼 있다. 이에 수기 장부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 주인이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 대표는 "실제로 IT를 통해 많은 부분을 효율화 시킬 수 있고 과학화된 경영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산업 구조상 어렵다"며 "테이블매니저는 레스토랑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들을 모아 외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솔루션을 지속 개발하고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미쉐린 레스토랑이 선택한 테이블매니저

예약을 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손님을 일컫는 노쇼는 식당뿐 아니라 미용실, 공연, 고속버스 등에서도 예외 없이 일어난다. 한 해 노쇼로 발생하는 매출 손실 규모는 약 4조5천억원.

테이블매니저는 예약 부도를 내는 고객을 이력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한다. 이는 노쇼한 고객을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 레스토랑이 고객을 응대할 때 더 직관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이다.

단골 고객의 경우 매장이 자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전화번호와 이름으로 고객이 몇 회 방문했고 최근 언제 방문했는지, 마지막으로 전화한 게 언제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테이블매니저는 서울 권역 레스토랑과 예약이 많은 파인 다이닝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매년 발간하는 레스토랑 평가서인 '미쉐린 가이드' 원스타에 속해 있는 국내 식당 중 테이블매니저를 사용하는 곳이 절반이 넘는다. 국내에 투스타 미쉐린 레스토랑은 5곳. 그중에서 4곳이 테이블매니저의 고객사다. 스타셰프 중에서는 최현석 셰프와 오세득 셰프가 이를 선택했다.

테이블매니저는 지난 9월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직접 예약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론칭 2개월밖에 안됐지만 여타 예약 서비스들에 비교해 트래픽을 따졌을 때 레스토랑 다음으로 훨씬 더 많은 트래픽이 발생하고 있다.

BC카드와도 공식적으로 제휴를 통해서 '맛집엔BC'라는 서비스도 론칭 했다. BC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 예약을 하게 되면 최대 10% 청구할인 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맛집을 리뷰하고 검색하는 앱인 '망고플레이트'에서도 직접 레스토랑을 예약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으며 11월 중으로 론칭 할 예정이다.
 

최훈민 테이블매니저 대표. 사진=김현수 기자

■ 자퇴생, 학교를 세우다

최 대표는 중학교 3학년 때 정보올림피아드 금상을 수상하며 과학고에 입학할 기회를 얻었지만 컴퓨터를 집중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에 IT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그러나 대학 입학을 위한 수능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특성화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 동아리 '새싹 기업' 활동과 2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에 스타트업 인턴 근무를 하게 된다. 현장을 경험한 그는 'IT 만큼은 학력과 스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력과 본질이 중요한 분야'임을 깨닫고 자퇴를 결심한다. 그의 자퇴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마치 그가 독립운동가라도 된 듯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학교를 떠나는 일이 대단하거나 위험한 선택이 되는 사회 현실에 불편함을 느꼈다. 특성화고등학교에서조차 입시 경쟁을 강요하는 교육 제도에도 크게 실망했다. 이에 교육부 앞에서 '입시경쟁을 멈추고 희망의 학교를 만들자'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의 시위는 당시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주목을 받았다. 시위를 시작한 첫 주말엔 그를 보기 위해 7명이 현장에 모였다.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학교를 만들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

"시위를 마무리한 후 학교를 만드는 첫 번째 모임을 할 테니 관심 있는 분들은 와달라고 했는데 그 자리에 100명이 모였다. 그때를 시작으로 '희망의 우리학교'라는 대안학교를 만들었다."

최 대표는 희망의 우리학교를 2년간 운영하고 다시 창업을 위해 사회에 뛰어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고등학생 한 명이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참여, 소통을 통해 대안학교를 설립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IT의 힘이 컸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3월 사무실을 얻어 지금의 테이블매니저를 설립했다.

"예전에는 유명인과 사회 지도층이 마이크를 독점했었다면 현재는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참여와 공유를 통해 누구에게나 마이크의 권한이 주어지고 소리의 크기까지 결정할 수 있다. 한 사람으로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 바로 IT다."


■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최 대표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대한민국이 규제 공화국임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예들 들어 1년 동안 로그인을 하지 않은 계정을 따로 데이터베이스를 분리하고 휴면 계정으로 돌려놓아야 하는 규제, 자본금 5천만원 이상인 기업만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규제 등이 그것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문다. 회사 규모와 설립 시기 상관없이 지켜야 한다.

반면 애플이나 페이스북 등은 이를 지키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 잘 운영되며 아무도 이를 제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세금 내는 회사들만이 이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 이전에 우리나라에는 싸이월드가 있었다. 그러나 회원가입 시 주민등록번호로 실명 인증을 해야 하고 외국인의 경우 외국인 등록번호가 있어야 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한국어 버전이 없던 시절에도 한국 사람이 사용했다. 자연스럽게 글로벌화가 진행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가입부터가 막혀있는 실정이다.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면 규제를 피해 간다고 탄압을 받는 나라에서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겠는가."

그는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는 육성 및 지원 정책에는 공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지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산업 본질 고려한 자유로운 환경, 그리고 과감한 규제 개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제는 손안에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IT는 정부가 완벽히 컨트롤할 수 있는 내수 사업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부도 4차산업혁명 특위를 만드는 등 규제 개혁과 혁신 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변화가 없다.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선을 그어버리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기업만 발목 잡는 꼴이 된다."


■ "언제나 베타버전처럼"

최 대표는 테이블매니저를 만들기 전 RFID(무선 인식 시스템)도 눈여겨봤으며 배달 업체의 고객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도 시도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해도 현장 질서에 어긋나면 무용지물임을 깨닫게 됐다.

그는 책상에서 기획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종사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수많은 고객사들의 피드백을 통해 지금의 테이블매니저로 발전, 운영할 수 있었다.

그에게 경영 철학과 목표에 대해 물었다. 최 대표는 "우리는 현재 서비스를 '베타버전'으로 생각하고 일한다"고 말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베타버전을 운영하며 테스트를 진행하고 피드백을 받지만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면서부터는 고객들의 의견을 단순히 처리해야 하는 CS건으로 취급하기 시작한다.

"언제든지 베타버전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 베타버전이어야 한다. 고객들이 불편하다고 하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해답은 없는지 끊임없이 생각해 계속 발전할 수 있는 회사가 됐으면 한다. 그래야 고객사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고객사를 늘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레스토랑들에게 좀 더 편리한 업무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목표이자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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