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현행 국회의원 선출 소선거구제(1선거구 1인 선출)는 오직 1위만 살아남는 승자 독식이 판을 치고, '사표(死票)'가 양산되고 있다. 정당 득표율이 의석 비율과 거의 일치하는 합리성, 곧 표의 등가성(等價性) 확보가 긴요한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시급히 이 일을 해야 한다. 정개특위가 출범 해 6개월의 활동 시한 중 절반을 허비한 상태다.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 관련 법안 260여건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핵심 현안은 선거제 개혁이다.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해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쟁점이다. 현행 국회의원 정수는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으로 비례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되 지역구 의석을 제외한 나머지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했고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선관위 안은 의원 정수 300명을 권역별 인구비례로 배분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 범위에서 정하자는 것이다.

난제는 지역구를 200명으로 줄여야 하는데 선거구 재획정이다. 그래서 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반대가 만만치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7일 tbs 의뢰로 전국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세비와 특권을 대폭 감축하는 것을 전제로 의원정수를 일부 늘리는 데 대해 59.9%가 반대한다고 답했고, 찬성한다는 응답은 34.1%에 그쳤다. 국회 불신이 짙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의원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맞추려면 514명, OECD 회원국 중에서도 단원제 국가 평균(6만2천명당 1인)에 맞추려면 802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국제정치학회 김도종· 김형준 교수는 2003년 발간한 '국회의원 정수 산출을 위한 경험연구: OECD 회원국들과의 비교, 분석을 중심으로'에서 총인구와 국내총생산(GDP) 규모, 중앙정부 예산과 중앙공무원 수 등을 고려해 산출한 우리나라 국회의원 적정 규모는 368~379명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명예직 수준 유지' 등 특권을 과감히 내려놓는다면 긍정 검토할 만하다.

국회의원 수가 선진국 대비 많은 게 아니지만 의원 세비는 OECD 최상위권이다. 우리나라 의원 세비는 1인당 GDP의 5.27배로 일본(5.66배)과 이탈리아(5.47배)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여하튼 대의민주주의에선 표의 등가성을 가볍게 보아선 안 된다. 여야는 적어도 올해 말까진 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전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정수 증원 도입 등 선진국형 선거제도 개선에 합의토록 속도를 내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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