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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칼럼] 아, '훈민정음 상주본'!
  • 황종택 주필
  • 승인 2018.11.18 14:25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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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관심과 허탈감-. 사단법인 한국바른말연구원과 대한민국훈민정음보존회가 지난 14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훈민정음 상주본 이대론 안 된다' 토론회에 깔린 기류였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놓고 안타깝게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소장자 배익기(55) 씨가 각계 인사 6명과 함께 직접 패널로 참석해 궁금증에 대한 질의응답과 해결 방안 등에 대해 기탄없는 의견들이 개진됐다. 한데 주무관청인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북 상주시청에선 공무원 2명이 토론을 지켜보았다. "문화재청은 직무 유기" "문화재청 해체"라는 노기 띤 말까지 나왔다.

토론은 상주본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부터 접근해 들어갔다. 평생 한글 운동을 펴오고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한국바른말연구원 원광호 원장의 기조 발제에 논란의 경위와 해법 등이 응축돼 제시됐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 창제 목적과 제자 원리를 담은 책으로서, 간송 전형필이 1940년 경북 안동 진성이씨 가문으로부터 기와집 10채 값을 주고 샀다는 간송미술관 소장본(국보 제70호)이 유명하다.

■'무가지보'…관심 속 소송전 논란

훈민정음 상주본은 상주에 거주하는 배씨가 2008년 7월 또 다른 해례본을 찾아냈다고 공개해 존재가 알려졌으나, 배씨가 소장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10년째 행방이 묘연하다. 배씨는 상주 골동품업자 조용훈(2012년 사망)씨 가게에서 고서적을 구매할 때 상주본을 함께 입수했다고 알려졌는데, 조씨가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 소송을 내면서 송사에 휘말렸다.

대법원은 훈민정음 상주본 소유자는 조씨라고 판결했고, 조씨는 사망하기 전 문화재청에 기증해 소유권은 배씨가 아닌 국가에 있는 상태다. 그러나 배씨는 도난 혐의에 대해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확정 받아 1년간 옥살이한 끝에 석방됐다.

상주에서 발견돼 '상주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판본은 세종이 직접 쓴 서문에 해설이 붙어 있기 때문에 훈민정음 해례본 또는 훈민정음 원본이라고 부른다. 훈민정음의 창제 동기와 의미, 사용법 등을 소개하고,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을 증명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1조원, 아니 값을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로 불릴 정도로 귀중하다.

이런 세계적 보물을 놓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터인데 현재로선 막연하다. 상주본 소장자인 배 씨는 "1천억원을 이야기한 뒤 사건의 초점이 흐려졌고, 무리한 액수를 요구하는 것처럼 매도당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문가들이 산정한 상주본 재산가치 추정액 1조원의 10%인 1천억원을 주면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말한 게 거두절미 와전돼 돈만 밝히는 인물로 폄훼 당했다는 게 배씨의 주장이다.

■적폐 청산 차원 진상규명해야

배씨는 이날 "진상 규명이 안 되면 상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진상규명의 요체는 이렇다. 국보 지정을 받기 위해 처음 문화재청에 문의했을 때 담당자가 소홀히 취급하고 권력층의 연루 의혹, 재판부 요청으로 감정을 했음에도 문화재청은 감정 사실조차 부인한 점, 고 조용훈 씨가 실물 없이 했던 기증식을 두고 '국가 소유' 주장은 물론 두 차례 강제집행도 실효성 거두지 못한 채 10년 세월이 지난 사실 규명 등이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 차원에서 상주본과 관련해 진상을 규명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의 가치를 알고 문화재청에 신고했던 최초 문화재 발견자인 배씨에 대한 명예회복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적절한 보상 등 해결방안 마련을 위해서 능동적인 자세로 임하는 게 마땅하다. 사리가 이러하기에 문화재청은 현장 여론을 수렴하고 합리적 의견을 내기 위해서 토론회엔 참석했어야 했다.

한글은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들 중 창제자와 창제년도가 명확히 밝혀진 몇 안 되는 문자이다. 창제 정신과 제자(制字) 원리의 독창성·과학성도 뛰어나다. 이러한 한글의 특성은 유네스코(UNESCO·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 해마다 세계 문맹 퇴치에 공이 큰 사람들에게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줄 정도로 인류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 한글 창제의 진수가 바로 '훈민정음 상주본‘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정부가 재인식하길 바란다. 세계인들은 인류의 문화재 상주본을 속히 보고 싶어 하는데…. /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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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주필 resembletree@dtoday.co.kr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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