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해 4조5천억원의 자산을 부풀리는 고의 분식 회계를 했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회사는 80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 고발됐다. 감리를 맡은 회계법인 등도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이번 사태가 빚어진 데에는 1차적으로는 회사의 책임의 가장 크다. 그 다음으로 감리를 맡은 회계법인, 이를 사건 발생 초기에 제대로 감독했어야 했던 금융감독원·금융위 등 금융감독 기관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적한 대로 전임 '박근혜 정권 최대 금융 적폐 사건'으로서 과거 정부·청와대의 개입 정도,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 자산 부풀리기의 최대 수혜자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의 관련 의혹도 규명돼야 한다. 공자식 표현대로라면 '사사계계감감정정(社社計計監監政政)'했어야 했다. 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초인 회계정보가 부정확해지면서 모든 게 흐트러진 것이다.
글머리에 나왔던 공자의 답에 대해 제 경공은 "좋은 말씀이오(善哉). 진실로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며 아비가 아비답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답지 못한다면 내 곡식이 있더라도 어찌 먹을 수 있겠소(信如 君不君,臣不臣,父不父,子不子,雖有粟,吾得而食諸)?"라며 상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요즘식으로 하면 국정을 바로 잡기 전에는 '목구멍에 냉면을 넘기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인 것이다. 문제는 경공이 말만 있었을 뿐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결과 자신의 사후 제나라는 권신 진씨의 손으로 넘어간다.
정부는 이번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사태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정권의 안위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시장경제 발전의 근간이 무너진다는 비상한 각오을 갖고 철저한 진상 파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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