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또 다른 길- 물길과 철길<5>

얼마 전, 화성을 탐사한 로봇이 전송해온 화면에 과학계는 물론 세계인의 관심이 모아졌다. 이 전송화면은 한때 물의 흔적을 찾은 것으로 해석돼 지구촌을 들썩이게 만들었지만 아직 명확한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지구에서 멀 때는 무려 3억9,900만Km나 떨어진 화성에 물이 흘렀던 흔적이 있느냐, 없느냐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물 그 자체보다 생명체가 존재했었느냐의 여부 때문이다. 물의 존재는 곧 생명체가 살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물은 생명의 원천이며 상징이다. 우리 역시 물이 없이는 단 한 시도 살수 없기 때문이다. 또 물은 깨끗하게 하는 힘, 부정을 물리치는 힘을 상징하기도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가정에서 가족을 위해 무언가 기원할 일이 있을 때면 목욕 재계를 하고 정화수 한 그릇을 떠놓았다.

기독교에서 세례를 줄때도 물이 사용된다. 또한 불교에서 물은 정화력을 표상한다. <삼국유사>에서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은 산욕수에 몸을 적셔 성불한다. 즉 몸을 물로 씻음으로써 욕망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피안낙토에 부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고대 이집트인들은 물이 만물을 소생시킨다고 믿었다. 그들에게 물은 오시리스 신의 유출물로서 인간을 죽음의 응고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빌로니아의 여신인 이슈타르(IStar)는 생명의 물을 얻기 위해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야만 했다.

오래전부터 농사를 짓고 살았던 우리 민족에게 물의 존재는 더욱 각별했다. 가뭄이 들어 물이 부족하면 그해 농사를 망쳐야 했고, 홍수가 닥치면 정성껏 가꾼 곡식과 백과는 물에 잠겨 무용지물이 되었다. 지금도 물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예외가 아니다. 비가 너무 오지 않아도 문제고, 또 비가 너무 많이 와 고통을 겪기도 한다. 물을 끌어오느라 쓰던 양수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을 퍼내는 데 사용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생명의 원천이기도 하고, 재앙의 요인이 되기도 하는 두얼굴을 가진물, 특히 요즘 들어 그 물 때문에 난리를 겪는 경우가 많아졌다. 환경오염이 심각해 지면서 기상 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지구촌이 때아닌 물난리를 겪는 일도 잦아졌다. 우리만 해도 게릴라성 호우로 물난리를 더욱 자주 겪고 있지 않은가.

물난리의 원조를 들라면 <구약성서><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꼽을 수 있다. 당시 모든 사람들이 타락한 생활에 빠져 있어 하나님이 홍수라는 재앙으로 심판하려 할 때 홀로 바르게살던 노아는 하나님의 특별한 계시를 받고 홍수가 닥칠것을 미리 알게 되었다.

그는 곧 작업에 들어가 장장 120년에 걸쳐 방주를 만들었다. 이 방주의 규모는 길이 90.9m, 너비15.15m, 높이9.9m로 상.중.하3층으로 된 배였다. 노아는 여덟 명의 가족과 여러 동물을 각각 한 쌍씩 데리고 이 방주에 올랐다. 얼마 후 대홍수가 닥쳐 모든 생물이 전멸하고 말았지만 방주에 탔던 노아의 가족과 동물들은 무사히 살아남았다. 성경은 노아의 가족 이 방주를 타고 도착한 곳이 아라라트 산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 노아의 방주가 역사적으로 실재했다는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1904년, 조지 하고피안이라는 사람은 해발 5,165m인 터키의 아라라트 산으로 등정을 갔다가 산의 정상에 있는 얼음 속에서 우연히 괴조형물을 발굴했다면서 이것이 노아의 방주라고 주장했다. 그후 세계각국의 탐험가들이 이곳을 찾았고, 이들 중 일부는 이곳에서 노아의 방주와 규모가 같은 배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완벽한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가운데 방주의 흔적을 찾기 위해 지금도 아라라트 산을 찾는 탐험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만나면 신이 인간에게 내리는 심판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점점 더 잦은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우리가 갖춰 야 할 태도는 자연재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일 것이다.

그동안 숱한 자연재해의 대부분은 1차적으로는 자연이 내린 재앙이었지만 2차적으로는 그것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인간이 만든 불행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인류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몇 년 전 미국의 CIA에서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 20명으로 하여금 2020년 미국과 세계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요인들이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게 한 적이 있다. 거기에서 지적된 중요한 요인들은 미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Anti-Americanism)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급증하는 이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에너지 부족문제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생명공학시대의 도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리고 기상이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우리 인류가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기상이변이 정말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있다. 2005년 카트리나 참사와 동남아를 휩쓴 쓰나미 참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글 : 남인희 前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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